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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으로 트로피 5등분"…오스카도 빵 터진 봉준호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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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다른 후보 감독들과 함께) 5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뒤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조커)나 샘 멘데스(`1917`) 등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라고 했다.
고어 영화의 고전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상 소감이었다. 그러자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이날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포털에선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은 봉 감독은 이날 세 차례나 무대 위에서 각기 다른 수상 소감을 말했다.
각본상을 받은 뒤에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고 말했고, 국제영화상 수상 후에는 "이 부문 이름이 외국어영화상에서 올해 국제영화상으로 바뀌었다"면서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바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독상을 받고서는 영어로 "오늘 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내일 아침까지 말이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말해 환호를 끌어냈다.


봉 감독의 화법과 수상 소감은 오스카 캠페인 기간 연일 화제였다.
무엇보다 지난달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 수상 소감은 명언으로 꼽힌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 이 코멘트는 외신이 두고두고 인용했다.
봉 감독은 이후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자 "(언어의) 경계가 다 깨져있었는데 내가 뒤늦게 이야기한 것 같다"며 멋쩍어하기도 했다.
그는 아카데미상 후보 지명 소감을 묻자 당시 "`인셉션` 같다"며 재치있게 답했다.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
그는 늘 자신을 낮추고 주변으로 공을 먼저 돌린다. 지난 2일 외국어영화상과 각본상을 받은 영국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선 "제가 쓴 대사와 장면들을 훌륭하게 화면에 펼쳐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보디 랭귀지야말로 가장 유니버설한 만국 공통어"라며 배우들을 앞세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양성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봉 감독은 "여성, 인종, 성적 정체성 등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하는 여러 노력으로 인해)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질 날이 올 것"이라고 답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캐나다 언론이 한국이 독창성을 인정받은 데 대한 소감을 묻자 "제가 비록 골든글로브에 와있지만, BTS(방탄소년단)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천배가 넘는다. 그런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한국은 감정적으로 역동적인 나라"라고 강조했다.
촌철살인 화법도 화제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한 `오스카상` 관련 발언은 오랫동안 회자한다.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질문에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쿨하게 답했다.
오스카 4관왕 봉준호 감독 수상소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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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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