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 `기생충`이 세계 상업영화 시상식 중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아카데미영화 시상식에서 9일(현지시간) 새로운 역사를 쓰자 뉴욕타임스(NYT)는 "외국어영화가 마침내 오스카를 정복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지금껏 어떤 한국 영화도 할리우드 최고상에 후보로 오른 적이 없었다"면서 "한국 영화 `기생충`의 수상은 국제영화에 대한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한국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AMPAS가 `오스카 쏘화이트`(#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로 대표되는, 오스카 수상자가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에 맞서 투표권을 가진 회원의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기울인 노력의 정점을 찍는 역사적 승리"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장르 구분을 뛰어넘는, 계급투쟁에 관한 이야기인 `기생충`은 AMPAS 회원들이 오스카의 미래를 품는 동시에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오스카의 미래`란 `기생충`에 상을 줌으로써 "할리우드가 마침내 백인 영화제작자들이 만든, 백인들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경도됐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오래된 전통`이란 "작품상 부문의 일부 후보작들(넷플릭스를 통한 개봉)과 달리 `기생충`은 극장에서 개봉하는 전통적인 공개 방식을 택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NYT는 2015~2016년 전개된 `오스카 쏘화이트` 저항 캠페인으로 할리우드가 오스카를 주관하는 AMPAS의 조직적 소수인종 경시를 점검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2년 연속 유색인종 배우가 연기상 후보에 들지 못한 것에서 촉발된 `오스카 쏘화이트`로 AMPAS 운영위는 2020년까지 소수 인종 회원을 기존의 두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신문은 "그 결과 AMPAS는 외국인 회원을 `극적으로 확대`했고, 이는 백인 남성이 장악한 할리우드에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AMPAS는 59개국 출신 842명의 영화계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NYT는 "대부분 아시아인 배우가 연기한 `기생충`의 엄청난 승리는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오스카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