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인터넷 포털사인 텐센트가 최근 중국 정부의 발표보다 훨씬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및 사망자 숫자를 실시간 상황 집계 페이지에 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민간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정부의 중요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갖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일이 단순한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일이 중국 안팎에서 관심을 끄는 현상 자체가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만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대만 영자지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대만 누리꾼들은 최근 텐센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실시한 현황 페이지에서 순간적으로 중국 정부 발표보다 환자와 사망자가 훨씬 많았던 현상을 목격했다.
지난 1일 밤 텐센트는 중국 전역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15만4천23명, 2만4천589명이라는 화면을 잠시 띄웠다.
정부 공식 발표보다 확진자 수는 10배 이상 많았다. 사망자 수도 당시까지 중국 정부가 발표한 300명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아주 잠깐만 나타나다가 곧바로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 수치로 바뀌었다.
대만 누리꾼들은 인터넷에서 이 같은 현상이 몇 차례 더 있었다고 전했다.
타이완뉴스는 "텐센트가 무심코 진짜 숫자를 공개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어떤 누리꾼은 텐센트의 내부 관계가 일부러 진실을 보여준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다만 민영 인터넷 텐센트가 중국 정부의 핵심 정보에 접근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관심이 쏠렸던 페이지는 중국 각 지방정부가 각각 발표하는 정보를 보기 좋게 취합해 보여주는 페이지라는 점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실수 혹은 고의로 `진실`을 노출하려고 해도 손에 쥔 `진실`이 있어야 뭔가를 보여줄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에 대한 공신력이 매우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텐센트의 `실수`를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가장 심각한 후베이성에서는 병원의 수용 능력 부족 때문에 많은 환자가 입원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 밖에서 숨지는 일이 허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진단 키트가 부족해 많은 이들이 확진 판정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어 현재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확진자 및 사망자 통계가 `빙산의 일각`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은 현지 취재를 통해 우한 내 의료시설과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신종코로나에 감염되고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우한 시민과 의료진의 증언을 전했다.
홍콩대 의학원 가브리엘 렁 원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시물레이션 등을 통해 우한 내에서만 지난달 25일까지 7만5천815명의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사실 여부를 떠나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와 다른 데이터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은 중국 정부의 발표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