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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비만 2,700억...쌍용차에 드리운 한국GM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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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 2,700억원

지난 16일,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극비리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방한 목적은 쌍용차를 위한 자금 요청. 고엔카 사장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과 만났습니다.

그가 내민 청구서에 적힌 금액은 2,7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같은 날 고엔카 사장은 직원 간담회에서 흑자 전환을 위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2,300억원을 마힌드라 측이 직접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단, 정부와 산업은행이 2,700억원을 내면 말입니다.

양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주고 받았는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일단 쌍용차가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논의를 가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의 추가 대출이나 자금을 요청했을 것도 확실시 됩니다. 업계에서는 고엔카 사장이 4월 총선이 가까워오자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일자리를 지렛대로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니 말입니다.


● 부정적인 지표들

과연 정부와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해야 할까요? 쌍용차의 최근 지표들은 부정적입니다. 쌍용차의 영업손실 행진은 어느새 3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 이른바 `티볼리 대박` 이후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픽: 이해은)

렉스턴 스포츠와 G4 렉스턴이 잘 나가던 2018년 초만 해도 쌍용차엔 희망이 감지됐습니다. 2017년부터 적자가 이어졌다지만, 2018년 2분기와 4분기에는 거의 영업이익률이 -0%대 까지 간 적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이후 티볼리 판매가 극적으로 꺾인 데 있습니다. 작년 9월 티볼리의 전년동월대비 판매 감소량은 무려 -30.8%를 찍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4년 간 3,500억의 기술투자금이 들어간 회심작, 신형 코란도의 흥행이 시들했던 점도 문제로 짚힙니다.

내수 부진을 탈출하고자 쌍용차는 유럽·인도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수출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지난해엔 2년간 유지해오던 수출 14만대 선도 무너졌습니다.(2017년 14만3,685대 / 2018년 14만3,309대 / 2019년 13만5,235대) 미국의 경제제재로 2016년에만 8,000대를 팔았던 이란 시장이 닫혔고, 유럽은 내연기관 제재가 강해지는 등 대외 리스크에도 노출됐습니다.

여기에 쌍용차는 아직까지도 신차 계획이 없습니다. 한국의 5개 완성차업체 중 신차 계획이 없는 곳은 현재까지 쌍용차가 유일합니다. 전기차 모델이 없는 곳도 쌍용차가 유일한데요. "코란도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모델을 구상 중"이라는 쌍용차 측의 입장만 나왔을 뿐입니다. `신차 + 전기차 모델`이 필수적인 만큼, 고엔카 사장이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논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 제 2의 한국GM 꿈꾸나

고엔카 사장의 방문은 꼬박 2년 전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본부 사장의 방문과 여러모로 닮아있습니다. 2018년 겨울,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직후 엥글 사장은 곧바로 산업은행을 찾았습니다. 결론이 나지 않던 양측의 협상은 6월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온 4월이 되서야 정부가 8,100억원을 부담하는 안으로 합의됐습니다.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를 한국에서 설계·생산한다는 점을 강조 중이다. 사진은 공개 행사에 참석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김성갑 한국GM 노조위원장 등.

고엔카 사장이 꿈꾸는 구상에도 산업은행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한국GM의 사례로 볼 때 산업은행의 지원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거가 다가온 지금 대량 실직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이니까요. 여기에 쌍용차는 대통령 직속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개입 중인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쌍용차를 살려야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현대기아차 독식으로 치닫고 있는 내수 시장, SUV 기술력,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 타이틀 등이 그 이유들입니다. 다만 쌍용차에 대한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이 일자리, 선거용 표싸움과 같은 정치 논리와 뒤섞일 점은 우려할 대목입니다.

당장은 정부도 급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산업은행은 아직까지 "마힌드라가 대주주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 중입니다. 2대 주주의 위치였던 한국GM과는 다르게 쌍용차의 경우는 채권자일 뿐이라는 건데요. 결국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움직여온 전적을 따져볼 때, 쌍용차 측의 요청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마힌드라와 쌍용차 측이 밝힐 향후 경영 계획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마힌드라는 미국 포드와 쌍용차의 제휴를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고엔카 사장은 산업은행 측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부정적인 지표들을 뚫어낼 만큼 구체적이고 이행 가능할까요. 고엔카 사장이 화상회의로 참석하는 쌍용차의 이달 31일 이사회에서 나올 추가 자구책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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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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