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잠을 잘 자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이제 상식으로 통한다.
밤에 숙면하지 못하면 낮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수면 장애가 여러 가지 심각한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꼬리를 문다.
잠을 설쳤을 때 실제로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 건강을 해치는지를 영국 맨체스터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수면 부족으로 생체시계(body clock)가 교란되면, 낮에 손상된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이 제대로 복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포외 기질은 구조적으로 그리고 생화학적으로 세포를 지지하는 뼈·피부·힘줄·연골 등의 연결 조직을 말한다. 질량을 기준으로 신체의 절반 이상이 세포외 기질이다.
맨체스터대의 칼 캐들러 생화학 교수팀은 이런 요지의 동물 실험 결과를 담은 논문을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발표했다.
15일(현지시간) 온라인(
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세포외 기질은 생후 만 17세까지만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캐들러 교수팀은 세포외 기질에서 두 가지 유형의 원섬유(fibrils)를 발견했다.
원섬유는, 콜라겐 단백질이 로프 같이 꼬인 구조를 가졌고, 세포가 조직을 형성하는 데 쓰인다. 질량에서 세포외 기질의 절반은 콜라겐이다.
지름이 200㎚인 `굵은 원섬유`는, 만 17세를 넘어서 형성기가 끝나면 몸 안에서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름이 50㎚인 `가는 원섬유`는 힘들게 일하는 낮에 일부 끊어지기도 하는데, 밤에 잠자는 동안 손상된 부분이 다시 채워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한 생체시계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 모델에서 두 종류의 원섬유가 무작위로 합쳐지는 것도 관찰됐다.
캐들러 교수는 "직관적으로 몸 안의 세포외 기질 조직은 닳기도 하고, 찢기기도 해 점점 약해질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라면서 "생체시계가 어떤 요소(가는 원섬유)를 일단 희생시켰다가 다시 복원함으로써 기질의 항구적인 부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메커니즘을, 쌓아 올린 벽돌과 그 위에 칠한 페인트에 비유했다.
그는 "벽돌이 항구적인 부분이라면, 페인트는 수시로 상처가 생겨 보수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차에 윤활유를 넣고, 라디에이터에 냉각수를 채우듯이, 가느다란 원섬유는 기질 조직이 유지되는 걸 보조한다"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생리 작용을 규명해 나가면, 향후 노화나 상처 치유 등을 더 깊이 통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