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아파트값이 강보합을 이어가고 있다. 12·16 대책 이후 아파트값 상승폭을 줄여가고 있는 강남권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 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0.08%에서 0.07%로 축소됐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 등 대책 영향과 그간 상승 피로감에 따른 관망으로 분석된다. 특히 집값 추가 하락 우려와 매수문의 급감으로 강남구(0.09% → 0.05%)와 송파구(0.07% → 0.04%), 서초구(0.04% → 0.02%)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상대적으로 양천구(0.10% → 0.10%)는 강보합세를 보였다. 강남권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과 학군, 재건축 등의 호재가 맞물린 영향이다.
◇ 목동·신월동 재건축 첫관문 통과
양천구 재건축 훈풍은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3단지 종상향 결정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서울시는 목동 1~3단지의 용적률을 기존 200%에서 250%로 올리고, 건폐율을 60%에서 50%로 완화했다. 재건축 시 5천여 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돼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는 6단지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목동신시가지 일대 2만7천여 가구 가운데 처음으로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받은 것이다. 정밀안전진단은 재건축 첫 관문으로 여겨진다.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신월시영아파트도 분위기가 좋다. 신월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인 목동 아파트와 달리 단독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어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기대했다.
◇ 사흘간 3억 모아…재건축 진행에 안간힘
주민들은 재건축 훈풍을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목동아파트 1단지 주민들은 사흘 동안 3억 원의 안전진단 비용을 모으며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목동아파트 5, 8, 9, 11~14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데 이어 13일 1, 2, 4단지가 추가 신청을 완료했다. 3,7,10단지도 안전진단 비용을 모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단지 주민 양모 씨는 "3일 만에 3억 원이 되는 돈이 모인 것은 개선된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은 주민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재건축 최종 진행까지 험로 예상
재건축발 훈풍이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재건축이 진행되기까지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목동의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6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최근의 정부 정책을 보면 2차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B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도 "재건축 절차도 복잡하고 소유주들 동의를 다 받아야 해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추가 규제 `변수`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 대책을 예고한 점도 시장엔 악재다. 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급격히 상승한 지역은 가격이 원상회복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목동 등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참여자 입장에서는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어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 목동 재건축 일부 단지서 급매물
시장에서는 재건축 호재보다는 정부의 규제책을 주목한다. 12·16 대책 이후 거래가 끊기고 일부 비인기 단지에서는 급매물이 나온 영향이다. 목동 C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대출이나 이런게 묶여있다 보니 12월 16일 이후 거래된 게 하나도 없다"며 "물건 자체를 얼마에 팔 지 방향이 안 잡힌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인근의 D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도 "전체적으로 꿈쩍않고 있는데 일부 다주택자 중 가격 조절해서 내놓으려고 하는게 있다"며 "뒤쪽 단지들 중에서는 가격이 떨어져서 거래된 것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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