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에 더욱 힘을 싣는 분위기다.
추 장관은 지난 9일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해 필요한 대응을 검토하고 실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3시간여 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추 장관이 조두현 정책보좌관에게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놓길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검찰총장의 항명`으로 규정한 데 이어 추 장관이 직접 `검찰총장 징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야권은 이를 청와대 관련 하명수사 및 감찰무마 의혹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일련의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법무부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이 일관되게 강조해 온 검찰개혁을 이번에는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추 장관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고 봐야 한다"면서 "추 장관이 실행 중인 검찰개혁을 믿고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에 청와대가 짧지만 분명한 입장을 내놓은 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청와대는 지난 9일 "균형인사·인권수사를 위한 방안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이뤄진 인사"라고 밝혔다. 나아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원만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추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을 넘어 사실상 전권을 위임한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추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에서 "검찰개혁에 있어 법률에 장관이 검찰사무의 최종 감독자라고 규정돼 있다"며 추 장관에게 개혁의 주도권을 쥘 것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처럼 `윤석열 검찰`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 대신 추 장관에 힘을 싣는 데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청와대-검찰 대결구도`를 피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에 엄정히 임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윤 총장을 임명한 상황에서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과 직접 각을 세우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자칫 `처한 환경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는 지적과 함께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윤 총장을 겨냥하고, 추 장관이 징계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과 달리, 청와대가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 "불신임 같은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일정한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전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등 검찰의 최근 행태를 놓고 청와대 일각의 불만도 증폭되는 분위기다.
당장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는 검찰 인사 이틀 만에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것 자체가 `추 장관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저항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을 두고 `보여주기식 수사`라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 것도 이런 시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검찰이 이렇게 나온다고 해서 개혁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