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성이 높은 도파민 호르몬과 뇌의 `생체시계`가 비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의 `쾌락 중추(pleasure center)`와 생리 리듬을 제어하는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상호작용해 고칼로리식 의존도를 높이고 결국 비만이 되게 한다는 것이다.
섭취 후 만족감을 주는 고칼로리식은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무너뜨리고, 수시로 고지방 간식을 먹거나 과식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되면 비만은 물론 비만 관련 질환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미국 버지니아대의 알리 귈러 생물학 교수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이 대학이 온라인(
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문제를 일으키는 건, 뇌 시교차 상핵(SCN)의 도파민 분비 신호다.
뇌의 생체시계로 통하는 시교차 상핵은 포유동물의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약 2만 개의 뉴런(신경세포) 무리를 말하는데 체온, 혈압, 세포분열 속도 등 생체 활동을 24시간 주기로 조절한다.
실험 결과, D1 도파민 수용체가 제거된 생쥐는 식이성 비만, 대사 질환, 고열량식 관련 생체 리듬 교란 등에 강한 내성을 보였다.
그러나 SCN에서 D1 도파민 수용체의 발현도를 높이면 식이성 과식, 체중 증가 등 추후 비만으로 이어지는 여러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아울러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D1 도파민 수용체의 신호가 강해지고, SCN의 신경 활성도는 낮아졌다.
이는 병리학적 열량 소비의 제어에 관여하는 보상 경로와 생리 리듬 경로가 서로 연관돼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실제로 도파민 신호가 차단된, 다시 말해 고지방 먹이의 보상적 쾌락을 좇지 않게 조작된 생쥐는 먹는 시간을 잘 지키고, 비만해지지도 않았다.
열량과 지방함량이 자연식(wild diet)에 가까운 먹이를 준 생쥐도, 정상적인 섭식 패턴과 운동 시간을 지키고 체중도 적절히 유지했다.
하지만 도파민 신호가 정상인 생쥐한테 고열량 먹이를 주면, 아무 때나 고열량 먹이를 먹는 습관이 생겨 결국 비만해졌다.
귈러 교수는 "뇌의 도파민 신호가 일주기성 생리 작용(circadian biology)을 통제해, 아무 때나 고열량 먹이를 먹게 한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1976~1980년엔 미국인 성인의 15%만 비만했는데, 현재는 성인의 약 40%가 비만하고 또 다른 33%가 과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미국인의 체중이 늘어나면서 비만의 영향을 받는 심장 질환·당뇨병·암·고혈압 등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심지어 알츠하이머도 부분적으로 비만과 신체 활동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