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에 엄포를 놓은 `크리스마스 선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2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강력한 도발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제재 해제 등 조치가 없어 북한의 응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레드 라인`을 넘는 도발 시 북미관계 긴장 고조는 물론 어렵게 쌓은 북미 정상 간 신뢰 붕괴가 불가피해 낮은 수준의 도발 내지 수사적 엄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쁜 꽃병 같은 선물일 수 있다"고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의 조치로는 ICBM 시험 발사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 최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했다고 밝힌 두 차례 시험이 모두 ICBM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2017년 첫 ICBM을 발사하기 직전 엔진 연소시험 때는 200초간 연소했지만 지난 13일 시험 때는 2배인 7분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엔진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7분은 긴 시간"이라는 미 관료의 우려를 전하면서 미국 분석가들은 서해발사장의 시험이 강력한 액체 연료 미사일에 대해 몇 달 간 계속된 작업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새로운 구조물 건설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평양 인근 `3월 16일 공장` 역시 장거리 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를 위한 군용 트럭을 제조하는 곳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 담당국장은 CNBC방송에 출연해 "내가 틀렸으면 좋겠지만 ICBM 시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이 시험을 하겠다고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CBS방송은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로켓 엔진 시험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ICBM 시험을 할 경우 새해 이후에나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그해의 전략적 초점과 주요한 정책 변화를 먼저 전달하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다만 ICBM을 발사한 뒤 신년사에서 왜 이 시험을 했는지 설명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WP는 동아시아 외교관과 서구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미관계의 완전한 파괴와 중국과 연대 훼손을 피하기 위해 북한이 ICBM 시험발사나 핵무기 실험보다는 덜 극적인 것을 선택할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2곳의 북한 해군 조선소를 감시해 왔는데, 이달 초부터 남포 조선소에서 해상 발사 미사일 시험 준비일 수도 있는 활동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10월 2일 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평상시 숨겨뒀다가 발사해도 탐지가 어려워 미국에는 더욱 위협적인 무기다.
더욱이 북극성-3형의 고체 추진 엔진이 많은 전문가의 생각보다 크고 성능도 더 향상되는 등 북한이 SLBM을 상당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신형 SLBM의 지름은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치보다 13% 더 길었는데, 이는 북한이 고체 엔진 미사일의 크기를 제약하는 기술적 장애를 극복했을지 모르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2020년에는 고체 연료 추진체를 이용한 중거리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첫 시험 비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잠수함 개조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선물이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공개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P는 성탄절 선물이 완전히 다른 성질일 수 있다며 서해발사장에서 더 강력한 다단계 로켓을 공개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13일 서해발사장에서 실시한 7분 간 엔진 연소시험이 재진입체 기술 향상과 관련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미사일이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진입하도록 하는 가장 난도 높은 기술로, 북한의 마지막 남은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진다.
WP는 핵비확산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 미국의 값비싼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기만하기 위한 위장 물체인 펜에이즈(penaids) 사용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펜에이즈는 지상의 추적용 레이더를 교란하기 위해 팽창형 풍선이나 금속조각 뭉치들을 활용해 만든다.
반면 CNN은 지난 23일 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성탄절 선물이 ICBM 시험 발사와 같은 군사 도발보다는 비핵화 협상 중단, 핵무기 보유국 지위 강화 등 새로운 대미 강경정책 노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아마도 좋은 선물일 수도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가 아니라 예쁜 꽃병 같은 선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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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