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인터뷰, SNS, 개인 방송, 출근길에 이르기까지 아이돌의 모든 행보는 속속들이 미디어에 노출된다. 카메라가 꺼지면 그제야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쉽지 않다. 밤낮없이 아이돌 가수를 따라다니는 극성팬인 일명 `사생팬` 때문이다.
최근 아이돌 당사자들이 직접 사생팬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이런 행위를 멈추라 요청하고 나섰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본명 김태형·24)는 지난 15일 브이라이브에 출연해 방탄소년단이 전세기를 이용하는 건 사생팬 탓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우리가 타는 걸 알고 앞자리나 옆자리에 앉는 분들이 있다"면서 "이런 일들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정말 무섭다"고 했다.
보이그룹 갓세븐 영재(본명 최영재·23)는 지난 10일 개인 SNS에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로 잠을 자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밤낮 가리는 거 없이 전화하니 잠도 못 자고 돌아버리겠다"면서 "전화 좀 그만하라"고 당부했다.
소속사들 역시 나름의 방법으로 아티스트 보호에 나섰다.
연습실, 숙소 등에서 아이돌들을 기다리거나 쫓아오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차후 팬 사인회나 공개방송 등 모든 스케줄에 참여할 수 없게 했다.
(갓세븐 영재)
그러나 사생팬을 완전히 없애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생팬들이 아이돌 가수들을 밀착해 따라다닐 수 있는 이유는 해당 가수들 출입국 정보 등 내밀한 개인 정보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개인정보는 암암리에 거래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지만, 실체를 파악하기란 어렵다.
한 연예계 종사자는 "아무리 아이돌들이 전화번호를 바꿔도 바꾼 번호로 사생팬들이 전화를 건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것까지 알아내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만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과 정면으로 법적으로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면 해당 가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와이스 지효)
아이돌 가수의 동선을 따라다니는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다치는 사례도 발생한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지효(본명 박지효·22)는 지난 8일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입국하던 중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에 밀려 넘어져 다쳤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문제가 반복될 경우 법적 조치할 수 있다"면서 비공식 스케줄을 따라다니는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트와이스 공식 SNS에 공지했다.
이에 대해 연예계 관계자는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소속사에서도 점차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가수들로부터 직접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팬들 사이에서도 자정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일부 팬들은 온라인 소셜미디어 등에서 사생팬들이 퍼뜨린 루머나 몰래 찍은 사진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사생팬으로 의심되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파악해 친구 관계를 끊거나 이들의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는 활동을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