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중대 시험을 통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15일 방한한다.
청와대는 이날 출입기자단 공지메시지를 통해 "문 대통령이 16일 오전 비건 대표를 접견한다"고 알렸다.
문 대통령과 비건 대표의 만남은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의 해법을 모색하고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싱가포르 이전`의 대결 국면으로 회귀할지 벼랑 끝에서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지의 기로에 선 상황이어서 그의 방한과 접견 결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당초 `폐기`를 약속했던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엿새 만에 두 번째 `중대한 시험`을 강행하는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 등을 지렛대 삼아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번 방한 기간 비건 지명자가 발신할 대북 메시지를 비롯, 방한 기간 극적 반전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등과 함께 워싱턴DC를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그는 방한 기간 약식 회견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17일 오후에는 일본 도쿄로 건너간다.
비건 지명자는 협상 복귀를 거듭 촉구하면서 추가 도발시에 대한 경고음도 날리는 등 북한에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비건 지명자는 공항을 떠나면서 북한이 두 번째 `중대한 시험` 발표 등을 통해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는 데 대해 "미국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방침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NHK가 보도했다.
그는 한국 방문 중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방한 목전에서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뤄진 만큼, 북한의 추가 `탈선`을 막고 비핵화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그의 방한 발걸음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북한은 중대한 시험 발표에 이어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박정천 총참모장 담화를 통해서도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하는 등 하루 동안 두 차례나 `핵`을 거론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ICBM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을 차단, 강경 노선 원점회귀를 멈춰 세우고 파국을 피하느냐 여하에 따라 이후 북미 관계와 한반도 기상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비건 지명자가 친서나 그에 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를 갖고 올 가능성을 눈여겨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유연한 접근`을 언급하긴 했지만 비건 지명자 방한 기간 북한의 `선 적대 정책 철회`에 부응, 체제보장 및 제재 완화 등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낼 수준의 전향적 조치를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도 비건 지명자의 방한과 관련, "북한의 계산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에 대해 "우리는 시험에 대한 보도들을 봤다"며 "우리는 우리의 한국 및 일본 동맹들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일단 원론적 반응을 보이며 신중한 대응 모드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가 `레드라인`으로 여겨온 북한의 ICBM 시험 발사가 현실화하면 미국도 `군사옵션` 행사 검토 및 추가 제재 등을 통한 `최대 압박 전략` 구사 등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면서 북미가 2017년 `화염과 분노` 시절로 돌아갈 공산이 있다.
그러나 대북 성과를 임기 중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이는 대선 국면에서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로 보인다.
박 총참모장도 담화에서 미국 등을 향해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미 강경 메시지 속에서도 발언 수위 조절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도 나왔다.
비건 대표 방한 기간 실마리가 마련되지 못할 경우 그동안 `톱다운 케미`를 보여왔던 북미 정상이 교착 타개를 위해 다시 직접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디지털전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