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계절을 역주행해서 추운 `북쪽 나라` 한국을 전지훈련지로 선택해 눈길을 끈다.
베트남 U-23 대표팀 선수들은 14일 오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해 전지훈련지인 통영으로 이동했다. 박 감독을 비롯해 베트남 선수들은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고 입국장을 나서서 버스로 이동했다.
연평균 기온이 영상 23도를 웃도는 따뜻한 베트남을 떠나 한겨울 추위에 입김이 나오는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온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 감독을 보좌하는 이영진(56) 베트남 대표팀 코치는 "휴식의 의미"라고 귀띔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영진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동남아시안게임(SEA)에서 우승하고 나서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며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한국에서 훈련하면서 휴식을 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성인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지휘하는 박 감독은 최근에 막을 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60년 만에 베트남 U-23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우뚝 선 박 감독은 당장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과 내년 3월 말레이시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6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박 감독은 우선 코앞으로 다가온 2020 AFC U-23 챔피언십 준비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친 선수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통영에서 22일까지 전지훈련을 하기로 결정했다.
태국은 2020 AFC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와 함께 D조에 속했다. 베트남은 내년 1월 10일 UAE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펼친다.
만약 조별리그 C조에 속한 한국이 조 1위를 하고 베트남이 조 2위를 하거나, 서로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두 팀은 8강에서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2020 AFC U-23 챔피언십은 내년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예선을 겸하고 있다. 아직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서보지 못한 베트남은 `박항서 매직`을 앞세워 역대 첫 올림픽 본선행을 꿈꾸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영진 코치는 "통영은 AFC U-23 챔피언십이 열리는 태국보다는 춥지만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훈련에 나쁘지 않다"라며 "일주일 동안 훈련과 휴식을 겸하면서 가벼운 부상이 있는 선수들의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지훈련은 릴랙스의 개념"이라며 "여기서 짧게 훈련하고 나서 베트남 호찌민으로 돌아가 일주일 정도 최종 훈련을 치른 뒤 태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U-23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해 1월 중국 창저우에서 열린 2019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과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경기를 치르면서 혹독한 추위를 경험한 바 있다.
이 코치는 "한국이 춥다고는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눈이 내리는 곳에서 경기한 적도 있다"라며 "우리 선수들은 추워도 잘 뛴다"라고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