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8) 전 대통령이 최근 골프, 오찬회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형사 재판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 등의 이유로 전씨 측이 신청한 불출석을 허가한 재판부가 다음 재판에서 전씨에게 소환 요구를 할지 주목된다.
15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씨의 다음 재판은 16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날 재판은 8번째 증인신문으로, 헬기 사격과 관련해 당시 군 간부들이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전씨 측은 애초 김기석 전교사 부사령관, 김순현 전교사 전투발전부장, 전교사 중대장 최모씨, 61항공단장 항공단장 손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었으나 일부가 변경돼 최씨와 손씨, 군 간부 3명 등 5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전씨는 지난 3월 한차례 출석한 이후 재판부 허가를 받고 출석하지 않고 있으며 이날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는다.
형사 재판은 피고인이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 출석해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 사건, 공소기각 또는 면소(免訴)가 명백한 사건, 피고인만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 등은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신청이 있고 법원이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해 허가할 때도 이른바 `궐석 재판`이 가능하다.
전씨 측은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사건이므로 관련 법 조항을 근거로 재판부에 불출석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스스로 건강 등 사유로 출석을 포기하고 있고 변호인이 선임돼 방어권 보장이나 재판에 지장이 없다며 불출석을 허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전씨가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며 타수까지 또렷하게 계산했다는 영상과 목격담이 잇따르면서 알츠하이머 등 건강 이상이 핑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동혁 부장판사는 지난달 재판에서 "알츠하이머 여부를 떠나 고령이고 경호·질서 유지를 위해 100여 명이 동원돼야 하는 점을 고려해 불출석을 허가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12·12 호화 오찬`이 또다시 목격됐다.
전씨 측이 주장한 불출석 사유와 상반된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법원이 불출석을 계속 용인할지, 소환 요구나 강제 구인 절차를 밟을지 관심이 쏠린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김정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거동이 가능한 형사사건 피고인은 재판에 출석하는 게 상식"이라며 "전씨는 불과 며칠 전 오찬회동에서 외견상 정상적으로 대화, 거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속 재판을 회피한다면 국민과 사법부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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