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지 21개월 만에 양측이 1단계 무역합의안 타결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대중(對中) 추가 관세를 예고한 15일(현지시간)을 사흘 앞두고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지만 양국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양국은 이번 합의로 일시적인 휴전에 들어갈 뿐 완전한 종전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실정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관세철회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 쟁점에서 진전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내년에 500억 달러(약 58조7천억원)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합의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역전쟁 전 최대였던 2013년 290억 달러(약 34조원)보다도 훨씬 많은 농산물을 사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은 이달 15일로 예정된 아이폰과 장난감 등을 포함한 1천600억 달러(약 187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이미 시행 중인 고율관세도 완화하기로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은 현재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1천11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 제품들에는 1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기존 고율관세가 최고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즉 25%의 고율관세는 12.5%로, 15%의 관세는 7.5%로 각각 낮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합의문에 서명하는 이벤트는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르면 13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양국 대표로 1단계 합의에 서명하거나,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에서 서명식을 갖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현지 시간으로 13일 공식 발표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이처럼 1단계 합의가 이뤄져도 미중 무역전쟁의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미국 주류 언론은 분석했다.
며칠 전 미국이 중국 측에 요구한 조건에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을 분기별로 평가해 합의한 규모보다 10% 이상 모자랄 경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들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이 조항이 최종 합의문에 포함됐다면 약 3개월마다 미중 간에 갈등이 재발할 여지도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1단계 합의안은 민감한 쟁점이 대부분 빠진 `미니딜`이란 점에서 한계가 크다.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기업 보조금 지급 금지 등 핵심 쟁점은 2단계와 3단계 협상에서 다루겠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1단계 합의 이후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면 중국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은 "7.5%와 12.5%의 관세는 수출·수입업자들이 감당하기 훨씬 쉬운 관세율이고, 중국 정부로 하여금 경제 모델 관련 핵심 정책을 수정하도록 강요하기에 충분치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은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와 기술이전 강요 등 핵심 현안이 2단계 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라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 이는 거의 없다"고도 말했다.
미국의 유력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선임 연구원도 "의미 있는 2단계는 없을 것이란 데 상당히 강한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단계 합의는 무역전쟁 종식의 첫걸음이 되기보다는 미국 차기 대선과 중국 경제의 둔화, 홍콩 시위 등 당면한 문제를 앞두고 양측 모두가 당분간 시간을 버는 `휴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합의문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장관급에서 서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여기에 올해 5월 미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를 거래제한 명단에 올리면서 촉발된 `화웨이 사태` 등 양국 간에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다수 남아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