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부모가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유기·학대한 경우에 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민법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른바 `나쁜 부모 먹튀 방지법`이다. 실제 조현병 환자가 일으킨 역주행 사고로 목숨을 잃은 예비신부의 친모가 30년 만에 나타나 보험금을 주장하는 일 역시 현행법상 부양의무와 상속간의 연계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상속에 있어 어떠한 불이익도 없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개정안은 상속인의 결격사유가 되는 경우를 확대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 및 학대를 했다거나 부모가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상속전문변호사는 "더불어 기존에 없던 `상속 특별 기여분 청구`와 `상속분 감액 청구` 등 새로운 개념이 포함되어 있어 개정안 통과 시 상속분쟁 조율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상속분 감액 청구의 경우 상속인의 결격사유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상속인임에도 불구하고 피상속인에 대해 범죄행위를 하거나 부양 의무를 게을리 하는 등의 사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공동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분의 감액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식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은 물론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녀에 대한 상속분을 줄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부분이다.
참고로 현행법상 한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속 결격사유에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한 경우(제1호),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경우(제3호),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또는 은닉한 경우(제5호) 등이 포함되어 있다.
◇ 상속재산분할분쟁, 다양한 원인 의해 발생해…법률적 소외로 부당함 감수해선 안 돼
정부가 얼마 전 `노후대비 자산형성 지원방안`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골자는 주택연금 활성화와 퇴직·개인연금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로 이를 위해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기존 만 60세에서 55세로 낮춰 가입 대상을 확대시켰다. 또한 취약고령층(1억5천만 원 이하 주택, 기초연금 수급자)에 대한 주택연금 지급액도 확대되고, 가입자 사망 때 자녀 동의가 없으면 배우자에게 연금이 승계되지 않는 현 규정을 가입자 사망 때 배우자에게 연금이 자동으로 승계되도록 고쳤다.
상속재산분할분쟁을 살펴보면 묵은 감정이 씨앗이 되어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 불공평한 재산분할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 피상속인이 제3자에게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경우 등 각 사안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를 법률적으로 정리해 조율하고, 조율이 불가능할 경우 소송을 통해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오며 단순히 돈이 아닌 가족 간 마음까지 추슬러야 함을 체득해왔다.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부당한 대우나 권리를 포기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간혹 자신의 권리가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조차 알지 못해 그냥 체념하는 이들을 보며 아직도 상속에 대한 법률적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부족함을 느껴온 입장에서 소통만이 분쟁 예방의 가장 큰 열쇠이다.
◇ 미리미리 준비하는 상속의 중요성, 아무리 말해도 부족해
상속소송. 상속분쟁. 아직도 남의 일이라 느끼면 안 된다. 누구나 삶을 마감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맞이한다. 그 과정이 분쟁과 소송으로 얼룩지는 것을 남은 가족은 물론 눈을 감은 망인 역시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세간을 이목을 끌었던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유산 상속을 마무리 지으며 `오너일가 분쟁 리스크`를 불식시켰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망 뒤 불거졌던 `갈등설`이 일단락되고, 오너일가 전원이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집단 경영체제`로 정리된 것. 재벌가의 상속은 일반인과 그 규모와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 기업 운영이라는 특수한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벌가의 치열한 상속다툼에 익숙해진 우리로서 이번 한진가의 상속과정은 예상보다 조용하고 원만하다는 인식을 받을 수밖에 없다. 큰 잡음 없이 상속절차를 끝낸 한진가가 어떠한 행보를 보일 것인지는 지켜보면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