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해 사실상 `조건부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외신들도 일제히 신속 보도했다.
외신들은 대체로 막판 미국의 압박이 이번 효력 정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면서 향배를 예의주시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한일 양국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따른 정책 재고로 지소미아 종료를 미뤘다고 보도했다.
WP는 다만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격렬한 분쟁을 해결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양국 간 갈등이 끝난 것이 아니라 조건부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개월간 고조된 한국과 일본의 긴장 관계가 개선될지도 모른다는 신호로 한국이 마지막 순간에 임시로 지소미아를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하는 등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몇주 앞두고 미국 관료들이 한국 정부에 (협정에) 남아있도록 로비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마지막 순간`에 이뤄진 한국의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아시아 두 동맹 간 균열을 바로잡는 것을 꺼려온 끝에 미국이 이 지역 내 `외교적 리더십`을 복원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정보 공유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중국에 의한 군사적 행동에 관한 양국의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으로, 미국은 이 협정을 역내 안정의 기둥으로서 강력하게 지지해왔다"며 "무역 대화를 재개하기로 한 한국과 일본의 이번 결정은 양국 모두 긴장을 식히고 싶어한다는 걸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 대학교수는 NYT에 한일의 이번 결정이 "양국 모두 `절벽을 향하고 있으며 뛰어내리는 순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근본적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며, 여전히 양국 정부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무역과 역사, 안보를 둘러싼 일련의 격렬한 분쟁에 대한 진정제가 됐다며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양국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개입`을 시도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가 일본 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를 해칠 것이라는 인식에 따라 지난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 종료 결정 재고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김두연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연구원은 WSJ에 "우리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라며 한국의 결정이 `조건부`인 만큼 한국 입장에서는 공은 여전히 일본 측 코트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이날 한국 정부의 발표가 "조약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뒤이어 이뤄졌다"며, 이 협정은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선 3자 간 안보 협력의 주요한 상징이었다고 그 의미를 해석했다.
AFP 통신은 한국이 일본과의 `중요한` 군사 정보 공유 협정을 연장하기로 했다며 이로써 그동안 양 동맹국에 협정 유지를 압박해온 미국이 안도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불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일본이 `최후의 순간`에 정보 공유 협정을 구해내는 합의를 했다며 "아시아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타격을 주는 것을 피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 두 동맹국에 그들의 분쟁이 미국의 지역 안보 네트워크에 타격을 주는 것을 막으라는 압력을 가한 뒤에 나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협정이 종료돼 미군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 옛 방식으로 회귀하면 북한 미사일 위협과 같은 긴급 사태 때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우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