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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50원'에 전쟁터 된 칠레…수십명 사망에 APEC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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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시위 사태를 겪는 칠레가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취소하기로 30일(현지시간) 전격 결정, 사상 초유의 국제 정상회의 취소 사태가 발생했다.

다수의 국가 정상이 참여하는 대형 국제회의가 이처럼 개최 직전 취소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 칠레 일간 엘메르쿠리오는 그동안 30차례의 APEC 회의가 통상 매년 9∼11월에 이틀간 열렸지만, 정상회의가 중단되거나 취소된 것은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시위의 발단은 지난 6일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 인상이었다.

정부는 유가 상승과 페소화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출퇴근 피크 타임 기준 800페소(약 1천280원)에서 830페소(약 1330원)로 인상했다.
50원 인상은 말 그대로 시위의 도화선이었다.

잦은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생활 물가로 누적된 불만은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폭발했고, 칠레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향한 분노로 번졌다.

칠레의 소득 불균형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칠레에선 상위 1%의 부자들이 부의 26.5%를 소유하고 있다. 하위 50%가 2.1%의 부를 나눠 가졌다.

칠레의 올해 최저임금은 월 30만1천 페소(약 49만7천원)이고, 근로자의 절반은 월 40만 페소(약 66만원) 이하로 생활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월 환산액 174만원이나 근로자 평균 월급 295만원(2017년 기준)과 비교하면 소득은 훨씬 낮은데 지하철 요금은 서울보다 비싼 것이다.

부실한 사회안전망도 빈부격차 확대에 기여했다.

1973∼1990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부터 시행된 공공서비스 민영화로 연금은 턱없이 낮고, 의료비나 전기·수도요금 등은 너무 비쌌다.
교육비 부담 역시 너무 높아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일상이 된 불평등에 지쳐 있던 칠레인들은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을 알람 삼아 깨어났다.

시위대는 `칠레 깨어났다`(Chile Desperto)라는 구호를 앞세운 채 연금과 의료비, 교육, 세제 등 사회 전반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의 요구가 간단치 않음을 뒤늦게야 알게 된 정부는 연금과 임금 인상, 의료비 부담 완화, 개각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너무 늦었고, 너무 불충분했다.

열흘 넘게 대규모로 이어진 시위로 지금까지 2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연행됐다. 지하철역과 건물 곳곳이 불에 타 재산 피해도 상당하다.

지난 25일에는 1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와 1990년 민주화 회복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수십 년간 누적된 국민의 분노, 이를 헤아리지 못한 정부의 무심한 대응은 칠레 곳곳에 상처를 남기고 국제회의 개최 취소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시위 사태가 결국 대형 국제회의 개최 취소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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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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