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페이팔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경제매체 CNBC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팔은 이날 리브라를 운영할 기관들의 연합체 `리브라 협회`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리브라 협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는 자사의 기존 임무와 사업상 우선순위를 증대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페이팔은 다만 자신들이 여전히 "리브라의 포부를 지지한다"며 미래에도 계속해서 페이스북과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에서 리브라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페이팔 사장 출신이다.
리브라 협회는 페이팔의 탈퇴 결정에 대해 "우리는 변화가 힘든 것이며, 이 여정을 시작한 각 조직은 리브라가 약속한 변화를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약속의 위험과 보상을 스스로 평가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송금·결제를 할 수 있는 통화를 만들겠다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계획은 6월 발표 이후 거센 반발에 부닥쳐왔다.
이런 가상화폐가 돈 세탁이나 테러 자금 등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이용자 개인정보 관리에 허술했던 페이스북의 전력에 비춰 가상화폐의 안정성이나 프라이버시 보호 등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단독으로 리브라를 통제하지 않고 리브라 협회를 통해 리브라를 관장하겠다며 이런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해왔다.
리브라 협회는 페이스북을 포함해 28개 업체가 참여한 기구로, 참여 업체는 최소한 1천만 달러씩을 리브라 출시와 운영 등을 위한 자금으로 투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하나인 페이팔이 이날 공식적으로 탈퇴를 선언하면서 휘청대던 리브라에 또 다른 타격을 안기게 됐다.
CNBC는 "페이팔의 공개적 탈퇴는 이 연합이 와해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역시 리브라 협회에 참여한 비자와 마스터카드, 그리고 다른 금융 분야 참여사가 리브라에 대한 미국과 유럽 정부 관리들의 반발 이후 사업 참여를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 업체가 추가로 리브라 협회에서 이탈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구축하겠다는 페이스북의 구상은 동력을 크게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를 불러 가상화폐 계획에 대해 증언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CNBC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