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건강한 세포는 제어된 방식으로 분열한다. 하지만 노화 세포나 수면 세포는 분열 능력이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체내 노화 세포(senescent cells)가 증가해 나이와 연관된 생리 작용과 질병이 많이 생긴다.
자외선 노출 등으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면 제어하기 어려운 세포 분열, 즉 암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돌연변이를 감지한 세포가 스스로 수면 세포로 변해 세포 분열을 막기도 한다.
그래도 노화는 암을 일으키는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노화와 암 사이에 작용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인체 조직의 노화와 세포 노화가 암의 진행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버풀대 통합생물학연구소의 조아우 페드루 드 마갈랴으스 근골격 생물학 부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국제적 저널 `노화 세포(Aging Cell)`에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간) 온라인(
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나이가 들면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암이 생기면 유전자 발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9개의 인체 조직에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노화 유전자의 발현과 암 유전자의 발현이 놀라우리만큼 정반대 방향으로 변화하는 게 대부분의 실험 조직에서 관찰됐다. 이들 노화 유전자와 암 유전자는 세포 주기, 면역체계 등 몇 가지 생리적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노화의 유전자 발현도 신체 조직의 노화와 같은 방향으로 변했지만, 암의 특징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실제로 암의 유전자 변화는 세포 분열의 증가를 가져오지만, 조직 노화 및 세포 노화의 유전자 변화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드 마갈랴으스 교수는 "우리 몸에 노화 세포가 생기는 진화적 이유 중 하나는 암을 억제하는 것이나, 노화 세포가 조직에 쌓이면 신체 노화와 퇴행을 유발하기도 한다"라면서 "암과 노화에 관한 전통적 견해에 도전해, 노화 과정이 암의 발달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걸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이가 들면서 축적된 유전자 돌연변이는 암의 주요 발병 원인이지만, 노화 조직은 세포 증식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암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노화 과정에서 생긴 유전자 돌연변이가 암을 유발할 수 있지만, 노화에 따른 신체 조직의 퇴행이 암의 진행을 방해하는 측면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선 암과 신체 및 세포 노화 사이에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걸 보여줬다. 그런데도 신체 조직의 노화 과정과 세포 노화는 대부분의 인체 조직에서, 암에 장애가 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