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자배구에 올림픽 은메달을 안긴 `페루 배구의 영웅` 박만복 감독이 26일(현지시간)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주페루 한국대사관과 페루 언론들에 따르면 박 감독은 최근 지병이 악화해 페루 리마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국내에서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하다 1974년 페루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후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부터 4차례의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지휘했다.
박 감독의 지휘 아래 페루 대표팀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에서도 여러 차례 메달을 획득하고 남미선수권대회에서도 1977년부터 1993년까지 총 7번 우승을 차지하는 등 박 감독은 페루 여자배구를 남미 최강팀으로 만들었다.
서울올림픽 은메달 이후엔 페루 전역에 배구 붐이 불었다.
페루 초등학교 교과서에 고인이 `페루에 배구 붐을 일으킨 선구자`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25년간 페루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끈 후엔 페루배구협회 기술총감독과 고문 등을 맡으며 최근까지 배구계에서 활동했다.
페루 정부의 훈장도 여러 차례 받았으며, 2016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페루 한인회를 설립해 7차례 한인회장을 지내는 등 페루 한인사회에도 큰 기여를 했다.
주페루 대사관 관계자는 "중남미에서 박 감독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더 유명한 분이셨다"며 "페루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는 이날 고인의 부고를 전하며 "페루 배구계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체가 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족은 부인과 3남 1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