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94.46

  • 12.34
  • 0.50%
코스닥

693.73

  • 10.38
  • 1.52%
1/4

"과학적으로 안 되는데…" 수백억 들여 터널 공기질 잡겠다는 서울시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앵커>

서울시는 최근 도심에 대규모 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심을 관통하는 터널이기 때문에, 터널의 매연이 도시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터널마다 수백억 규모의 공기질 정화장치를 달겠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니 과학적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 수백억 규모의 사업을 두고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시의 설계와 검증 부실로 발생하는 문제일까요? 아니면 특정 업체들을 대규모 공사에 넣어주기 위한 것일까요?

신인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내년 완공과 내후년 완공을 목표로 각각 건설이 한창인 서울시 제물포터널과 서부간선지하도로.

들어가는 돈만 1조원 규모, 총 길이 10㎞에 달하는 이 장대터널들에는 환풍구 대신 미세먼지 제거설비와 유해가스 정화장치가 들어갑니다.

도심을 관통하는 터널이기 때문에 이 곳에서 발생한 매연이 시민들의 주거지역으로 퍼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전체 4개 공구로 건설이 진행중인 이 곳에는 공구마다 공기질 정화장치가 들어가고, 업계는 공구당 들어가는 이들 공기정화장치의 규모가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추산합니다.

이들 터널에 들어가는 미세먼지 제거설비와 유해가스 정화장치만 전체 1천억원에 이르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제거설비와 유해가스 정화장치에 대한 실험검증을 하고, 서울시가 검증한 업체만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건설 등 시공사들이 선정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장비가 검증되는 절차를 보면 실제 공기질 개선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한국경제TV가 입수한 서울시의 서부간선지하도로 공기정화시설에는 일산화탄소 제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시가 설정한 터널 내 일산화탄소 제거효율은 최소 80%입니다.

터널 안의 일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며 서울시 실험검증에 참여한 업체도 다섯 군데입니다.

서울시의 검증을 통과히기 위한 유해가스 제거 실험은 폭 1미터, 높이 99센티미터, 길이 2미터 크기의 제거장치에 가스가 포함된 바람을 송풍하는 식으로 실행됐습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길이 10킬로미터에 높이와 폭이 수십미터에 이르는 터널 크기를 감안하면 턱없이 규모가 작은 실험 설계방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데다, 과학적 상식으로는 터널에서 일산화탄소 제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일산화탄소를 제거한다는 것은 일산화탄소를 없애는 게 아니라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산화시키는 겁니다. 태우는 겁니다. 그런데 상온 상압, 그러니까 뜨겁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일(일산화탄소 산화)를 하려면 굉장히 효율이 좋은 촉매가 필요합니다. 그런 촉매는 쉽게 오염이 되고, 일시적으로 이정도의 효율을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시간 운전하면 효율은 급격히 떨어질 겁니다. (이 장비는 몇 년씩 가야 하는데요?)그렇게 쓸 수 있는 촉매는…제가 갖고 있는 화학적 지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서울시는 터널 내 유해가스 제거 기준에 일산화탄소를 포함하고, 그 제거 효율을 80%로 못박은 이유에 대해 업체들이 시험성적서 등 제거가 가능하다는 자료를 서울시에 보여줬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2014년 완공된 용마터널의 경우 서울시 최초로 일산화탄소 제거장비가 들어갔다고도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도 이상합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용마터널의 일산화탄소 제거효율은 82.3%입니다. 한 연구소가 작성해준 시험성적서가 그 근거입니다.

그리고 용마터널에 일산화탄소 제거장비를 공급한 업체는 2014년 완공 후 현재까지 이 곳의 장비가 교체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장비 특성상 공기질 효율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게 상식인데, 2년 전인 2017년 환경부가 공개한 용마터널의 일산화탄소 제거효율은 46%였습니다.

숫자대로라면 교체도 없던 장비의 효율이 2년 새 갑자기 좋아진 겁니다.

82.3%라는 시험성적서를 작성한 연구소에 이 문제를 따져물었더니, "장비 앞뒤에서 채집한 공기의 질이 터널 전체의 공기의 질과 같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A 연구소 관계자(변조)

"(이 시험성적서를 가지고는 정화장치 근처의 공기는 깨끗하지만 터널 자체의 공기가 깨끗하다라고는 할 수 없다는 건가요?) 그 (정화장치) 근방이라고 보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터널 내 일산화탄소 제거 장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과학적인 검증 절차도 완료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설명입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도심 내 대규모 터널 공사는 앞으로 예정된 동부간선도로 뿐 아니라 부천 등 다른 지자체가 진행할 터널 공사의 전례로 남게 됩니다.

진행 과정에서 많은 허점을 노출한 서울시의 도로계획에 대한 검토와 함께, 이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