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배임 혐의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고, 법정구속도 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익을 취득하기 위해 횡령 범행을 했고, 회사 업무를 빙자해 미술품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처분해 이익을 취득했다"며 "범행의 피해가 여러 주주에게 돌아간 것을 보면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또 "횡령 및 외국환거래법 등으로 재판을 받는 동안에도 아랑곳없이 횡령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며 "진지하게 잘못을 반성하는지 의문이고,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회장에게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는 없다고 보고 법정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2013년 7월 주식 재매수 대금 마련을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개인회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해 179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2008∼2009년 개인 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12억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도 있다.
2007∼2012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영화배우, 드라마 단역배우 등을 허위 채용해 약 3억7천만원의 급여를 허위 지급하고, 2002∼2011년 효성인포메이션에서 근무하지 않은 측근 한모씨에게 12억4천300만원의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이 가운데 허위 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는 상당 부분 유죄로 인정했으나, 혐의액이 가장 큰 배임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
우선 재판부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와 관련한 179억원의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 이사가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동일한 비율로 유상감자를 하는 경우, 그로 인해 과도한 자금이 유출돼 회사의 존립에 현저한 지장이 있지 않은 한 신주 배정을 시가보다 높게 한다고 배임죄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법리에 따라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경우도 주주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졌다며 회사의 재산 보호 임무를 위배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감자 환급금은 1주당 7천500원으로, 검찰은 이 액수가 시가이던 649원보다 현저히 커 회사 경영에 큰 악영향을 줬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시가가 3천∼5천원대 수준이었다고 보인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조 회장 등이 당시 그런 상황을 인식하고 유상감자를 실행했다고 여겨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트펀드를 이용한 배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미술품의 실제 가격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공소내용처럼 12억원이라는 액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이 유죄라고 인정된 액수는 16억여원의 횡령과 34억여원의 배임 등 총 50억원 규모가 됐다.
조 회장은 선고 결과에 대한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답하지 않고 "수고하셨다"는 말만 남긴 채 법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