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에서 학생 74명이 가스를 흡입해 병원치료를 받는 사고가 난 대구 북구 경상여고에서는 수년 전부터 악취 문제가 되풀이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악취가 인근 공단에서 배출한 유해물질에 따른 것으로 보고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문제 발생 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일 경상여고와 북구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와 학생 등은 2017년 9월 구청과 대구교육청 등에 악취 근절 대책을 요구했다.
당시 교실 창문으로 쇳가루 냄새 등이 들어와 학생들이 두통 등 증상을 보였고, 학교 측은 자율학습 중단 등 조처를 하기도 했다.
그해 수능시험을 앞두고서도 악취 문제가 반복하자 교육청에 수능 고사장 변경도 건의했다.
이에 북구청은 단속팀을 꾸려 학교 주변 공단 점검에 나섰지만 악취 발생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대신 주기적으로 현장 점검, 대기 모니터링 등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악취 문제는 잊을만하면 되풀이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학교 측은 교육청 지원을 받아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낡은 창틀도 교체했지만 학생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공단에 많은 업체가 있는 까닭에 악취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입주업체들에 시설개선을 요구하고 정기적으로 점검을 나서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날 발생한 가스 흡입 사고 역시 원인 미상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언제든지 유사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청 측은 "현장 조사 결과 학생들이 흡입한 가스가 어디서 유입됐는지, 유입 원인은 무엇인지, 어떤 가스인지 등을 단정 지어 이야기할 수 없다"며 "내부적 원인인지 외부적 원인인지도 밝힐 근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경상여고 관계자는 "오늘 사고로 학생들이 많이 놀랐다"며 "학생 건강을 염려해 교육청 등에 대책 마련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으며 하루빨리 원인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악취 문제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