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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요리사·유튜버…간판 바꾸는 특성화고 [JOB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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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과학고, △△비즈니스고, □□디지털고···특성화고 교명이 과거에 비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특성화고 교명은 농업고·상업고·공업고 등 큰 틀에서의 계열을 나누고 남고와 여고, 남녀공학 등의 구분을 드러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치즈과학고, 전남미용고, 경남로봇고 등 교명을 통해 직관적으로 각 학교의 개성과 특색을 드러내고 있다.

특성화고의 교명이 변경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교명에 담겨 있던 학교의 유형이나 계열 등 특성이 변화하는 경우다. 여학생 혹은 남학생만 입학하던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거나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특성화고에서 마이스터고로 바뀌는 사례도 있다.

두 번째는 학교가 새로운 전공을 개설하며 교명까지 바꾸는 경우다. 새로운 전공이 생기는 이유는 산업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과 인재를 필요로 하고 그에 맞춰 교육과정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드론과 3D 디자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전공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 변화하는 희망 직업, 특성화고의 이유 있는 변신

실제로 최근에는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전공의 폭이 넓어졌다. 새로운 교명과 전에 없던 학과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미래 직업이 변화하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희망 직업에 대한 질문에서 초등학생은 인터넷방송진행자(유튜버), 중·고등학생은 뷰티디자이너(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네일 아티스트 등 포함) 등의 새로운 직업이 순위에 올랐다.

초등학생 선호 직업 10위에 제과 제빵사가 오르고 중학생 선호 직업 1위와 고등학생 선호 직업 11위에 조리사(요리사)가 자리하는 등 조리 관련 분야에 대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 587개 특성화고 중 전공명에 ‘조리’가 포함된 전공을 운영하는 학교는 2019년 8월 하이파이브(직업계고 포털 사이트) 검색 기준 53개에 달한다. 전공명도 식품조리과, 관광조리과, 조리과학과, 외식조리과, 조리과 등 다양하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는 내년도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배울 수 있는 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고 있는 특성화고들이 입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흥미를 파악하고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새로운 학과, 커리큘럼은 차이 없어

표면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새로운 인식을 주기 위해 교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의 고등학교 진학에 많은 영향을 주는 부모 세대 중에는 아직 ‘상고’, ‘공고’ 등의 교명에서 과거 ‘실업계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떠올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입학률이 비교적 저조한 학교에서 학과개편과 함께 교명 변경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다.

이러한 특성화고 교명 및 전공의 다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다. 급변하는 산업 구조와 기술에 대응해 발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꿈꾸고 실제로 배우고 싶은 분야를 파악해 공교육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은 특성화고의 존재 이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다양해진 전공과 학교들이 그만큼의 내실을 갖췄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특히 개편되거나 신설된 전공들이 산업계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학습 및 직업훈련 시스템을 갖췄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부 학교는 전공 이름만 바뀌고 교육과정은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너무 자주 전공명을 바꾼 나머지 비슷한 내용을 배운 1학년과 2학년, 3학년 선후배가 전공명이 다른 경우도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전공을 만들었지만 전문 교사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 속도보다는 책임감 있는 학과개편 필요

교육부는 올해 초 2019 업무 보고를 통해 미래 산업과 연계해 직업계고 학과를 개편하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신산업 전문가 및 우수한 현장 전문가가 직업계고 교사가 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발표에 포함됐다. 교육부는 교사 양성 특별 과정을 활성화하고 사범대에 재직자 특별 전형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과 5~10년의 임기제로 채용할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아직 현장에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성화고 교육현장에서는 현장 전문가를 교단으로 모시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용고시가 없는 소수 과목의 경우 문제가 더욱 두드러진다. 국공립학교의 경우에는 교사가 맡은 분야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새로운 전공에 익숙해졌는데 다른 학교로 발령 나는 경우가 반복된다. 커리큘럼과 노하우를 인수인계하더라도 교사에 따라 조금씩 학습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 학생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 게임 분야를 취재하며 만난 한 교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특성화고 소수과목은 공립학교 순환근무제에서 예외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학교가 새로운 전공을 소개하며 향후 취업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을 자랑하지만 실제 졸업생이 지원할 만한 구체적인 기업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3D프린터, 실습실 등 장비 자랑만 늘어놓는 학교도 있다. 다른 곳에는 없는 장비라거나 각종 지원을 받아 구매한 초고가의 장비라는 식의 이야기다. 하지만 고가의 장비를 교사들도 잘 알지 못해 학생들과 함께 배워나가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급변하는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에 맞춰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 학교가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교명과 그럴듯한 설명에 이끌려 입학한 학생들이 시행착오만을 거듭하다 졸업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당장 많은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3년과 졸업 후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학과개편이 필요하다.

박인혁 하이틴잡앤조이 1618 기자 (hy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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