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3월 7일 일본 메이지진구구장에서 열린 한일전. 한국이 골을 넣고 있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꺾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일전 스토리가 영화로 제작된다.
영화 제작자인 차승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14일 "광복 후 첫 한일전이자 일본을 이긴 `도쿄 대첩`을 내년 연말 개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주연 배우를 섭외 중"이라고 밝혔다.
차승재 교수는 영화 `비트`와 `8월의 크리스마스`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내 머릿속의 지우개` 등 다수의 히트작품 제작을 맡아 2000년대 한국 영화계 흥행을 이끌었다.
차 교수는 "광복 후 얼마 되지 않아 어려운 시기에 일본과 첫 대결에서 대승을 거둔 첫 극일(克日)이라는 소재가 극적이었다"면서 "내년 3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의 한 수`(2014년)와 `퀵`(2011년) `복서`(2000년) 등을 연출한 조범구 감독이 메가폰 잡을 예정이다.
영화 `도쿄 대첩`(가제)은 광복 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치른 일본과의 1954년 스위스 아시아지역 예선 1, 2차전을 다뤘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맞붙게 돼 있었지만 "일본인이 우리 땅에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반대에 부딪혀 두 경기 모두 일본 도쿄에서 치렀다.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이유형 감독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일본을 이기지 못하면 선수단 모두가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한국은 결국 1차전 5-1 대승에 이어 2차전 2-2 무승부로 1승 1무를 기록해 스위스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1954년 3월 7일과 같은 달 14일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에서 경기에선 한국 축구의 원조 스트라이커인 최정민이 1차전 멀티 골에 이어 2차전에서 득점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앞장섰다.
특히 1차전 5-1 승리는 역대 78차례의 한일전에서 최다골 승리이자 `원조 도쿄 대첩`으로 남아 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고(故) 최정민 선생의 딸인 최혜정씨는 "아버지가 스위스 월드컵 예선 한일전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는 걸 생전에 보셨다면 기뻐하셨을 것 같다"면서 "어머니를 통해서도 아버지가 일본과 경기에서 멋진 활약을 했다는 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