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상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이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발도상국 제외` 발언으로 인해 또다시 악재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비교적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고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주요 20개국(G20) 가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의 개도국 지위 또한 위태롭게 됐다.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s)`를 시행하고 있다.
WTO 체제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협약 이행에 더 많은 시간이 허용되고 농업보조금 규제도 느슨하게 적용된다.
WTO에서 어떤 국가가 개도국인지 결정하는 방식은 `자기선언`이다. 다시 말해 한 국가가 `우리나라는 개도국이다`라고 선언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할 당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농업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우려해 농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개도국으로 남았다.
개도국 지위는 사실 오래된 논란거리였다.
이 문제는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출범 때부터 논란이 돼 온 쟁점으로 2000년대 중반까지 OECD를 중심으로 개도국 세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WTO에서는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은 2월 개도국 우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WTO 사무국에 따르면 WTO 협정 내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150여 개에 달한다.
만약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더는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대조항 역시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개도국이라고 해도 우대조항을 활용할 때 다른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한국은 이미 농업 부문 외에서는 개도국의 지위를 대부분 활용하지 않고 있어 타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공산품의 경우 한국은 오히려 개도국 우대 축소 또는 시장개방 확대를 지지해왔다.
문제는 농수산물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농산물 관세감축은 선진국의 경우 5년에 걸쳐 50∼70%, 개도국은 10년 동안 선진국의 3분의 2 수준인 33∼47%를 감축해 평균적으로는 약 20%포인트의 감축률 차이가 발생한다.
또 개도국에는 특별품목(special products)을 허용하고 있어 할당량 내에서는 관세를 덜 내리거나 아예 면제할 수 있다.
개도국은 관세감축으로 인해 수입이 급증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특별세이프가드(SSG·긴급수입제한조치)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이 개도국에서 제외되면 쌀 등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보호에서 이전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개도국일 때는 쌀, 고추, 마늘, 양파, 감귤, 인삼, 감자와 일부 민감 유제품 등을 특별품목으로 지정해 관세감축을 하지 않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되면 이들 고율 관세 핵심 농산물의 대폭적인 관세감축이 불가피하다.
농산물 보조감축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무 차이가 상당해 선진국의 의무를 이행할 시 농정 운용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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