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명시하고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기업들은 대부분 `준비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러나 실제로 시행될 경우 예상치 못했던 `돌발 상황`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7일 경제계 등에 따르면 오는 16일로 예정된 이른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삼성, 현대차[005380],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취업규칙 변경 등의 절차를 마쳤거나 막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최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했으며, 고용노동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배포한 매뉴얼에 따라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동시에 인사 및 징계 규정에도 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준법지원팀을 통해 전 임직원에게 관련 공지를 하고, 노조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5월초 직장내 괴롭힘의 개념, 실제 사례와 대처 방안 등을 임직원들에게 공지한 뒤 온라인 윤리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일종의 `윤리상담소`를 개설해 익명 상담·신고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지난 4월부터 일찌감치 각 사업장에서 조직 책임자들을 중심으로 교육과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관련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한 처리 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취업규칙 개정도 진행했다.
롯데지주[004990]는 지난달 28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직장내 괴롭힘 행위의 정의, 괴롭힘 발생시 구체적인 처리 방침 등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도 개정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직장 내 차별이나 부당한 지시 등을 차단하기 위한 사내 규정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면서 "다만 악용 가능성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요 그룹 관계자는 "직장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기준이 일부 주관적이어서 다툼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면서 "정부의 지침에 따라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지만 원론적인 수준이어서 실제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개정법 시행으로 사내 소통 단절, 허위 신고, 교육 남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으면서 시행 초기 실제 현장 상황을 반영해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못 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면 벌칙(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