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부 대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꽤나 충격적이다. 이 충격은 취재차 만난 한 대학 4학년 취업준비생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기자님, 방털기라고 아세요?"
"방탈출말고 방털기? 그게 뭔데요?"
"도둑질을 시뮬레이션해보는 거예요. 은행털이, 마약밀매 이런 테마가 있고 이중 하나를 선택해서 체험하는 거죠. 전 마약밀매방에 들어갔는데 실제로도 해볼 만하겠던데요?"너무 놀라 곧바로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인터넷엔 이미 관련 후기들이 넘쳐났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최근 방탈출의 시대가 지나고 방털기가 새로운 여가활동이 돼 있었다.
방털기카페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약 2년 전이다. 하지만 최근 기존 방탈출을 접목시킨 새로운 방털기가 대학생들과 함께 취업준비생들의 스트레스 해소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방을 `터는(?)` 과정은 대략 이렇다. 한 가지 범죄테마를 정한 뒤 방 안에 있는 여러 단서를 통해 금고나 자물쇠 등을 열어 돈다발을 훔쳐야 한다. 만약 중간에 경찰을 맞닥뜨리면 거짓말로 교란을 시키거나 가지고 있는 총을 쏘면 된다.
그렇다고 방털기카페가 무작정 뺏고 뺏기는 범죄의 장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방탈출카페의 `퀴즈풀이` 과정을 거쳐 숨겨진 돈을 찾아내는 `두뇌싸움`도 포함돼 있다. 카페 직원과 한 팀이 돼 헐리우드 범죄 영화처럼 상황극을 해 보는 재미요소도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합법적 도둑질`이라는 이름하에 데이트코스로 은행 금고를 열고, 보석상의 보석을 쓸어 모으는 것은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처음 소식을 전했던 취업준비생은 "취업도 어려운데 이렇게 해서라도 돈을 벌어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대리만족이 되는 것 같다"며 지나가듯 말했다. 그리고 이 방털기카페도 함께 취업을 준비하는 스터디 친구들로부터 소개받은 것이라 했다.
`가상화폐`의 주가가 고공행진할 때, 전국의 대학교에 가상화폐 투자동아리가 대거 신설됐다. 주변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회 초년생도 더러 있었다. 부동산 투자도 요즘 20~30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
삶이 팍팍해지면서 `한방`이라는, 어쩌면 삶에 찌든 단어가 이제 젊은 대학생들에게도 깊숙이 스며든 것 같아 씁쓸하다. 전국의 `방털이카페`가 인생역전을 노리는 대학생들의 대리만족 수단이 아닌 건전한 오락문화가 되길 바라본다.
이도희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