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leptin)은 식욕을 제어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1994년 미국 록펠러대 연구진이 처음 발견한 렙틴은 그 후 비만 치료법 연구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렙틴의 식욕 제어 과정에 내분비계가 깊숙이 관여한다는 걸 밝혀냈다. 렙틴의 혈중 농도가 떨어졌을 때 내분비계 호르몬이 뇌의 뉴런(신경세포)을 활성화해 식욕을 더 자극한다는 것이다.
예일대 의대의 제럴드 셜먼 세포·분자 생리학 교수팀은 18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두 명의 교신저자 중 한 명인 셜먼 교수는 이 대학의 조지 R. 카우길 의학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예일대 측이 온라인( 링크 )에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렙틴은 기본적으로 체내 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몸 안에 지방조직이 늘어나면 렙틴이 분비돼 식욕을 억제하고 지방 합성을 줄인다.
그러나 혈액의 렙틴 농도가 낮아지면 식욕은 다시 강해지는데 이 부분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셜먼 교수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렙틴 분비를 둘러싼 여러 생리작용을 세밀히 관찰했다.
그 결과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혈중 렙틴 농도가 떨어지면서 식욕을 자극하는 작용은 뇌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생쥐에게 먹이를 주지 않자 뇌의 렙틴 수용체가 먼저 자극을 받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뇌하수체와 부신이 관여하는 중간 단계가 이어졌다.
뇌하수체와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코스테론 호르몬은 에너지 대사와 스트레스 반응에 작용하지만 식욕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론은, 음식 공급이 제한됐을 때 렙틴이 공복감을 일으키는 과정엔 이 일련의 작용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뇨병이 잘 관리되지 않아 혈중 렙틴 농도가 임계치 아래로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또한 혈중 렙틴 농도나 혈당 수위가 낮아지면 혈액의 코르티코스테론이 뇌의 AgRP 뉴런을 활성화해 식욕을 자극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AgRP는 섭식 행동을 제어하는 뇌 신경세포다.
보통 다이어트를 하면 렙틴 농도와 혈당 수치가 떨어진다. 다이어트를 할 때 식욕을 억제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건 이 코르티코스테론 때문일 수 있다.
셜먼 교수는 "공복 상태이거나 당뇨병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내분비계가 렙틴의 식욕 제어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규명했다"면서 "장차 AgRP 뉴런이 비만 치료의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