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가는 미국 원유재고가 큰 폭 증가한 여파로 폭락했다.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80달러(3.4%) 급락한 51.6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4월 23일의 최근 고점대비 22%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재고지표와 멕시코 관세 문제, 주요 경제지표 등을 주시했다.
미국 원유재고가 급증하면서 유가를 끌어 내렸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약 677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130만 배럴 감소를 예상한 시장의 기대와 크게 어긋났다.
미국의 총 원유재고는 4억8천330만 배럴로 최근 5년 평균보다 6% 이상 많은 수준까지 누적됐다.
또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321만 배럴 증가했고, 정제유 재고는 457만 배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가 20만 배럴 증가하고, 정제유 재고는 10만 배럴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증가 폭이 훨씬 컸다.
미국의 지난주 산유량도 하루평균 1천24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미국 재고 증가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진 가운데, 러시아에서도 감산 연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스친 대표는 전일 러시아는 생산량을 늘려야 하며, 감산이 연장될 경우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관계자도 러시아의 석유회사들은 감산이 완화될 경우 생산량을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감산 합의를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지만, 산유국 내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되는 셈이다.
러시아는 독일과 폴란드 등 유럽으로 수출하는 송유관 오염 문제로 최근 원유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의 6월 1~3일간 산유량은 하루평균 1천87만 배럴가량으로 지난 5월의 1천111만 배럴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위험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점도 유가를 끌어 내리는 요인이다.
무역긴장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5월 ADP 민간고용보고서에 따른 민간고용이 9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점도 경기 우려를 자극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지하고 있는 점은 유가의 추가 하락을 제어하는 요인이다.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도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극심했던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은 다소 진정됐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재고 및 생산 부담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유가가 당분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컨풀루언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빌 오그래디 수석 시장 전략가는 "전 세계의 제조업 지수가 갑자기 위축 영역으로 떨어졌다"면서 "이는 원유 수요에 부정적인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글로벌 경제는 완전히 다르며 특히 유럽이 심하게 부진하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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