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신호가 인공위성 전송기상 자료에 간섭,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해양대기청(NOAA)의 입장을 놓고 정부 기관들끼리, 그리고 정부 기관과 민간통신업계 사이에 찬반 대립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5G 기술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이 기술이 기상자료에 미치는 영향과 그 허용 수준을 놓고는 양보 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NOAA의 닐 제이컵스 청장 대행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5G의 기상자료 간섭이 예보의 정확성을 30 정도 떨어뜨림으로써 1980년대 수준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준이면 지난 2012년 미국 동북부 연안을 강타한 슈퍼폭풍 샌디를 수일 전에 예측하지 못했거나 바다 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잘못 예측해 재해 대비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기상자료 손실이 2만 돼도 NOAA가 기상예보뿐 아니라 기후 감시를 비롯해 여러 가지 활동을 위해 운용하는 110억 달러짜리 극궤도 인공위성 프로그램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인 CTIA의 브래드 길렌 부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길렌은 NOAA의 주장은 "실제 사용되지 않고 사장된 10년 전 기술"인 인공위성 탑재 마이크로파 감지기에 대한 연구 결과에 근거해 "우리의 5G 주도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나 위스콘신대의 대기과학자 조던 거스는 취소된 감지기 대신 그와 유사한 감지기가 NOAA의 위성 2기에 실려 운용되고 있고 다른 국제기구들도 같은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며 길렌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거스는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들 마이크로파 감지기들은 주파수 23.8GHz로 대기 내 수증기 자료를 전송하는데, 지난 3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5G에 할당한 주파수가 인접한 24GHz여서 여기에 간섭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인접한 주파수 대역으로 인해 간섭이 일어나면 수증기 자료가 손상돼 정확한 기상예보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CTIA도 이메일을 통해 신형 마이크로파 감지기는 취소된 감지기에 비해 5G 주파수에 간섭받을 여지가 훨씬 적다고 다시 반박했다.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 해군은 NOAA 편에 섰고, FCC는 이동통신업계 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의회 의원들도 공화, 민주 가리지 않고 NOAA 쪽 주장에 귀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올 가을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에 앞서 정부 입장을 통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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