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세 힘겨루기` 국면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중국은 내달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이 지난 10일 2천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다.
13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30% 안팎 상승하면서 20선을 넘어섰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17.38포인트(2.38%) 급락한 25,324.9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719포인트까지 밀리기도 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69.53포인트(2.41%) 내린 2,811.8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69.92포인트(3.41%) 하락한 7,647.02에 각각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지수는 지난 1월 3일 이른바 `애플 쇼크` 이후로 4개월여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나스닥의 낙폭은 지난해 12월 4일 이후로 5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중 무역전쟁이 무한정 지속될 수 있다는 고통스럽고도 새로운 현실에 대처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유럽증시도 흔들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52% 하락한 11,876.65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22% 내린 5,262.57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지수인 Stoxx 50지수는 1.2% 떨어진 3,320.78에 마감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7,163.68로 0.55% 내리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앞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21% 하락한 2,903.71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선전종합지수도 1.08%, 대만 자취안 지수는 1.44% 하락세로 각각 마감했다.
중국이 아시아권 증시의 마감 이후에 대미(對美) 보복관세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이튿날(14일) 거래에서도 부정적인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 1,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면전`을 강행한다면 글로벌 경기에는 부정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는게 전반적인 인식이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경기를 자랑하고 있는 미국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고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UBS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성장률이 0.75~1.00%포인트 하락하고 뉴욕증시는 두자릿수대 하락률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국채와 금의 투자 매력은 부각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1%(14.40달러) 상승한 1,301.80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1,300달러 선을 웃돌았다.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424%로 0.031%포인트 하락했다.
초장기물인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0.033%포인트 내린 2.840%,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0.059%포인트 낮은 2.193%에 각각 거래됐다.
채권시장에는 무역전쟁발(發) 경기 둔화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감돌았다.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2.39% 선까지 떨어지면서, 초단기인 3개월짜리 국채 금리를 밑돌았다.
장기채는 자금을 오래 빌려 쓰는 만큼 단기채보다 제시하는 수익률(금리)이 높은 게 통상적이다. 이런 원칙에 역행하는 것은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여겨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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