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악화 우려가 9일 한국 주식시장을 덮쳤다.
결국 증시는 당분간 미중 무역협상의 추이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04%(66.00포인트) 떨어진 2,102.01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1월 15일의 2,097.18 이후 약 넉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하루 낙폭과 하락률은 지난해 10월 11일(98.94포인트·4.44%)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이 예고한 관세인상 시점을 하루 앞두고 양측의 무역갈등이 접점을 찾아가기는커녕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 증시는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아시아권 시장보다 낙폭이 완만했던 만큼 이날 하루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오는 10일 2천억 달러(약 236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broke the deal)"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관세 인상을 강행하면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은 9∼10일 미국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시장은 촉박한 일정 등을 근거로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악화 우려가 코스피 급락의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며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으로 되면서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류용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수 없다`, `중국이 우리를 기만했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협상용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며 "협상에서 합의가 나오지 않고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시장은 이날 밤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허진욱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일단 미국 관세율이 10일 25%로 인상되고 이후 양국이 무역협상을 지속하는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50%"라며 "이 경우 관세 인상에 따른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며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 및 변동성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거나 관세 인상이 유예되는 `최선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30%이며 관세 인상으로 당분간 협상이 중단되고 미국이 3천250억 달러(약 38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 인상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은 20%"라고 진단했다.
물론 전문가들의 전망에는 온도 차가 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 중 1차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50%로 전망한다"며 "이 경우 세계 경기는 점진적으로 반등하고 완만한 달러 약세, 안전자산 대비 위험자산의 상대적 강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이 추가로 3천250억 달러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고 중국도 보복에 나서는 시나리오 가능성은 20%"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