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가 주원료인 초콜릿은 건강에 유익한 측면이 크다.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를 기반으로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다양한 전신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코코아가 단기적으로 인지기능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효과가 관찰됐다. 또 120세를 넘겨 장수해 기네스북에 올랐던 프랑스의 잔느 칼망 할머니는 항상 초콜릿을 즐겼다고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초콜릿이 난청 예방에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제시돼 눈길을 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의학통계실 공동 연구팀(이상연, 박무균, 장명진)은 국민영양건강조사에 참여한 40∼63세 중년 남녀 3천575명의 청력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난청과 초콜릿 섭취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6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 참여자 중에는 32.7%(1천170명)가 한쪽 또는 양쪽 모두 난청으로 진단됐다.
이런 난청 유병률은 초콜릿 소비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평소 초콜릿을 먹는다고 응답한 1천262명의 난청 유병률은 26.8%로, 초콜릿을 먹지 않는다고 응답한 2천313명의 36.0%보다 10%포인트 낮았다.
연구팀은 난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흡연, 스트레스, 음주습관, 폐경, 만성질환, 이어폰 사용 등 요인을 모두 보정했을 때 초콜릿을 먹는 사람에게서 난청이 생길 위험이 초콜릿을 먹지 않는 사람보다 평균 17% 낮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양쪽 귀가 모두 난청일 위험도만 보면 같은 비교조건에서 21% 차이가 났다. 또 초콜릿 섭취 빈도가 높을수록 난청 발생률이 낮아지고, 평균 청력이 높아지는 연관성도 확인됐다.
다만, 이런 연관성은 코코아가 들어가지 않은 과당(당분)이 주성분인 아이스크림류, 과자류, 케이크류를 섭취한 그룹에서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초콜릿의 청력 손실 예방 효과가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코코아 성분의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에 기반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박무균 교수는 "초콜릿 식이요법이 중년층에서 난청을 예방할 수 있는 연관성을 제시한 첫 연구결과"라며 "과당이 포함된 제품 섭취군에서 난청 예방 효과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초콜릿 식이요법이 중년층의 청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