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해 인명피해를 냈다는 혐의를 받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안 전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애경산업은 안 전 대표가 회사를 이끌었던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유해 물질로 분류되는 CMIT·MIT를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로부터 납품받아 판매했습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살균제 성분의 인체 유해성이 의심되는데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의심해 왔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본 건 가습기 살균제 제품(가습기 메이트)에 사용된 원료물질의 특성과 그동안의 유해성 평가 결과, 같은 원료물질을 사용한 타 업체의 종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출시 및 유통현황, 피의자 회사(애경산업)와 원료물질 공급업체(SK케미칼)와의 관계 및 관련 계약 내용 등에 비춰 제품 출시와 관련한 피의자의 주의의무 위반여부 및 그 정도나 결과 발생에 대한 책임의 범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전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사유 내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책임의 범위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데다 구속해야 할 이유와 구속의 필요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에 법원은 검찰이 안 전 대표와 함께 구속 영장을 청구한 전직 애경산업 임원 세 명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했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가습기 메이트` 제조와 판매 책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으려던 검찰의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에 대해 "유통사들이 납품을 받아 판매하는 제품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조사가 만든 제품 하나하나에 대해 안전성 검사를 다시 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며, "제조사의 안전성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책임을 제조사가 진다는 판매 계약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통사들에게 제품 안전성까지 보장하라고 한다면 기업에 이중으로 부담을 지우는 일이 될 것"이라며, "유통업계로서는 다행인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