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의 질량은 태양계 다른 행성들을 모두 합한 것의 2.5배에 달한다. 이처럼 거대한 가스 행성은 다른 행성계에서는 별 가까이서 관측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진 뒤 안쪽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태양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목성은 그 존재 자체가 수수께끼가 돼왔다.
26일 스웨덴 룬드대학에 따르면 천문학과 안데르스 요한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목성의 형성 과정과 이동 경로를 밝혀 이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태양에서 지금보다 4배나 더 바깥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형성된 뒤 약 70만년에 걸쳐 서서히 안으로 진입한 결과가 현재 위치라는 것이다.
이는 태양 가까이서 형성된 뒤 바깥으로 옮겨가 현재의 위치가 됐을 것이라는 이전 연구 결과와는 상충하지만 다른 행성계에서 관측된 거대 가스 행성의 움직임과는 일치한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 과정의 시모나 피라니 연구원은 "목성이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형성된 뒤 현재의 궤도로 옮겨왔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면서 목성과 같은 궤도로 태양을 도는 트로이 소행성군(群)에서 그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트로이 소행성군은 태양과 목성이 정삼각형으로 중력균형을 이루는 목성 궤도의 앞과 뒤의 라그랑주점에서 무리를 이루고 있다. 앞 무리가 뒤 보다 소행성이 50%가량 더 많은 비대칭성을 보이는데 이런 불균형이 목성의 과거 행로를 밝히는 실마리가 됐다.
연구팀은 트로이 소행성군 무리 간 비대칭성을 만든 원인을 찾기 위해 거리와 시간 등 다양한 변수를 집어넣고 컴퓨터 모의실험을 했다.
그 결과, 목성이 약 45억년 전 태양에서 18AU(태양~지구 거리·1AU=약 1억4천960만㎞) 떨어진 곳에서 얼음 소행성으로 행성 형성을 시작할 때만 트로이 소행성군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성은 행성 형성이 시작되고 약 200만~300만년 안에 태양계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해 약 70만년에 걸쳐 태양에서 5.2AU 떨어진 현재의 위치까지 들어오게 된다.
어린 목성은 태양계에 남아있는 가스의 중력에 이끌려 나선형으로 태양에 점점 더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자체 중력으로 트로이 소행성을 앞 그룹에 더 많이 끌어 모았다.
이런 과정은 목성이 거대 가스 행성이 되기 전에 이뤄졌으며, 주변의 암석을 흡수해 행성의 핵을 만들던 단계라 트로이 소행성에서 발견된 암석들이 목성의 핵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트로이 소행성들이 목성의 핵과 형성에 관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로이 소행성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2021년 우주탐사선 `루시(Lucy)`를 발사해 6개 소행성의 궤도를 돌며 탐사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연구팀은 거대 가스 행성인 토성이나 거대 얼음 행성인 천왕성, 해왕성 등도 목성과 비슷한 방식으로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 최신호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