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전에 전화로 현금 보관 상황 등을 물은 뒤 강도를 저지르거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하는 이른바 `아포덴(アポ電)`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포덴(アポ電)`은 약속을 뜻하는 `appointment`의 줄임말 `아포`와 `전화`의 줄임말인 `덴`을 합한 말로, `약속을 정하는 전화`라는 뜻이다.
`아포덴 사기`는 관공서 공무원이나 경찰관, 설문조사원 등을 가장해 현금 등 자산 상황을 확인한 다음 집 주소를 파악한다. 며칠 후 방심하고 있을 때 집에 침입해 돈을 빼앗거나 전화로 계좌 이체를 요구하며 보이스피싱을 하는 방식의 범죄다.
2017년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는 경찰관과 병원 관계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80대 여성이 이후 자택을 침입한 남성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현금 480만엔(약 4천884만원)을 빼앗겼는데, 전형적인 아포덴 사기였다.
지난 1월 11일 도쿄(東京) 시부야(澁谷)구의 주택에 남성 3명이 침입해 90대와 80대 부부를 묶어놓고 2천만엔(약 2억 원)어치 금품을 빼앗았는데 부부 집에는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에 현금 보관 여부를 묻는 전화가 왔었다.
아포덴 사기가 일본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된 것은 지난달 말 도쿄에서 발생한 `고토(江東)구 아파트 살인사건`의 범행이 아포덴 사기를 통해 저질러진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80세 여성이 자택에서 테이프로 손발이 묶여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사건 발생 2주 전에 현금 유무를 묻는 `아포덴`이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13일 유력 용의자 3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아포덴 사기는 강도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보이스피싱보다 한층 더 악질적인 사기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작년 도쿄도 내에서만 이런 아포덴 사기가 전년보다 30% 증가한 3만4천건 발생했다. 올해도 2월까지 두 달간 6천건 이상이 발생해 작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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