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청원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A(40)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6시께 아래층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기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A씨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해 집 안에 들어가 보니 아기는커녕 사람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기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방안 천장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였다.
이 집 주민 B(45)씨는 이날 새벽 `아기 울음소리`, `망치 두드리는 소리`, `세탁기 돌리는 소리` 등을 자동재생으로 설정해놓고 출근했던 것이다.
A씨와 B씨는 평소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윗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쿵쿵`하는 소음이 났다고 주장했다.
몇 차례 항의했지만, 소음이 이어지자 B씨는 `층간 소음 보복 전용 스피커`를 온라인에서 구매해 설치했다.
그가 구매한 스피커는 천장에 설치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8인치 크기 진동판이 장착돼 있고 최대출력은 120W다.
포털사이트에서는 B씨가 구매한 제품 등 `층간 소음 대처 전용 스피커`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한 제품은 구매 리뷰가 800여개 달리기도 했다.
청원경찰서는 폭행 등의 혐의로 B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위층의 생활소음에 불만을 품고 보복성으로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내는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 통고처분이나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극심한 소음으로 피해자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본 경우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B씨의 경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서는 층간 소음에 불만을 품고 아파트 윗집에 찾아가 망치로 벽을 치고, 피해자의 집 안으로 들어가 행패를 부린 60대 남성이 특수폭행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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