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발전소와 같다.
암세포처럼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선 여러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결합해 `메가 미토콘드리아`로 변한다. 하나의 미스터리였던 그 이유를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밝혀냈다.
26일(현지시간) 배포된 온라인(
www.eurekalert.org)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대학의 게리 패티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연구팀이 알아낸 사실은, 미토콘드리아가 이렇게 결합하면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결합한 미토콘드리아가 부산물로 분비하는 아스파르트산이 세포 복제에 꼭 필요하다는 것도 확인됐다.
분열하는 세포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결합한 미토콘드리아가 비정상적인 세포 증식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암세포도 빠르게 증식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암의 진단과 치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암과 같은 악성 종양은 세포 구성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서도 정상 세포와 매우 다르다.
가령 종양이 성장하려면 영양분이 필요한데 종양은 이에 필요한 혈관 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 종양이 종종 산소 부족에 빠지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암세포는 산소가 풍부해도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확보한다.
미토콘드리아의 포도당 대사에 산소를 쓰는 게 아니라 `호기성 해당(好氣性解糖·aerobic glycolysis)`이라는 발효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만들며, 이 과정에서 포도당은 젖산염으로 변한다. 학계에선 이런 포도당 분해를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라고 한다.
바르부르크 효과를 의식한 연구팀은 세포 분열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할 수 있도록 실험 환경을 설계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세포 분열에 다량의 산소가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량의 산소가 쓰일 수 있는지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
실험 결과 분열하는 세포의 단백질 단위당 미토콘드리아 수는 분열하지 않는 세포와 동일했다.
그런데 분열하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눈에 띄게 길어진 게 관찰됐다. 서로 가까이 있는 미토콘드리아들이 하나로 결합해 `메가 미토콘드리아`로 변한 것인데, 당연히 이런 거대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대사 효율성이 훨씬 높았다.
또 하나의 주요 발견은, 이런 메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복제에 필수적인 아스파르트산(아미노산의 일종)을 생성하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제1저자를 맡은 야오 충후이 박사는 "분열하는 세포가 산소를 쓰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아스파르트산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보면 분열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결합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리 패티 교수는 "빠르게 분열하는 암세포의 영양분 이용은 다양한 약제와 진단 시험의 기초가 된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암세포가 가진 대사 측면의 약점을 보여줘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