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베스트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프랑스에서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무라카미는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를 바탕으로 한 연극의 파리 공연장에서 젊은 팬들과 만났다.
젊은 여성 팬 5명 및 극장 예술감독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만남 행사에서 무라카미는 자신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40년이 넘었다고 얘기하면서 "왜 소설을 쓰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눙치는 등 익살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그는 처음부터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받았지만 재치있게 받아냈다.
"원래 소설은 사랑에 관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40년을 써왔는데도 질리지 않으니 대단한 주제 아닌가요."
무라카미의 이런 대답에 좌중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무라카미는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노르웨이의 숲`을 거론하면서 소설을 쓸 때 미리 줄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올 1월 70세가 된 무라카미는 올바른 역사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바른 역사를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자기 나라에 좋은 것만을 역사로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는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나이에 맞게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은 인생을 좁게 만든다"며 몇살인지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젊은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공감하면서 "품은 이상이 조금 엉뚱한 것이라 해도 계속 안고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 이상이 깨졌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가도 중요한 문제라며 젊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냈다고 NHK는 전했다.
이날 행사에 엄마와 함께 참여한 파리 거주 대학원생 주리 드마리(25)는 교도통신에 "무라카미 작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일생에 찾아온 한 번의 기회였다"며 "그의 얘기를 듣고 나서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의 기쁨을 여러 면에서 찾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대작품 `해변의 카프카`는 니나가와 유키오(?川幸雄,1935~2016)가 무라카미 소설을 토대로 연출한 작품으로, 지난해 일본·프랑스 우호관계 16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에서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자포니즘 2018` 행사의 일환으로 공연됐다.
NHK는 `해변의 카프카` 공연 마지막 날을 앞두고 개최된 이번 행사에 프랑스 팬 560여 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