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에 있는 칠레령 이스터(라파누이)섬의 석상은 근처에 식수원이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캠퍼스 연구진은 이스터섬에서 모아이 석상이 놓인 제단인 아후(ahu)의 위치와 섬 내 수자원 등의 위치를 비교·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모아이상이 민물(fresh water)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0일(현지시간) dpa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스터섬에 유럽 탐험가들이 처음 나타난 18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석제 제단 93개와 섬 내 자원의 위치를 비교했다.
연구는 특히 식수를 포함해 다양한 자원의 위치가 비교적 정확히 밝혀진 섬 동쪽에 집중됐다.
연구진은 제단의 위치가 모아이 석상에 사용되거나 석상을 만드는 도구로 이용된 바위의 위치와는 상관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민물 위치와의 관계를 살폈다.
결과적으로 섬 내 식수는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인 대수층을 통해 동굴로 스며들거나 해안가에서 솟아오르는데, 모아이 석상은 대개 이런 곳 근처에 놓여 있었다.
공동저자인 칼 리포 뉴욕주립대 교수는 "우리가 엄청난 양의 식수를 발견할 때마다 거대한 석상도 보였다"고 말했다.
리포 교수는 공동체에 필수적인 물을 마시기 위해 수 ㎞를 걸어야 하는 일은 비실용적이라며 "아마 뭔가를 할 때 식수가 나는 곳 근처에서 했을 것"이라면서 연구 결과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석상의 위치 자체가 기이한 주술적인 공간이 아니라 섬 주민 공동체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스터섬 전체를 통틀어 800개가 넘는 모아이 석상은 높이가 최고 12m, 무게는 최고 75톤(t)에 달하는 거대한 석상이다. 이 석상이 서 있는 석제 제단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
모아이 석상은 13세기 무렵부터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해안을 따라 발견된다.
이 석상들을 누가, 어떻게, 왜 세웠는지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조상 숭배, 부족 세력 과시 등 설만 제기되던 중 이번에 `실용성`을 강조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온 셈이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스터섬 전문가인 조 앤 발 틸버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해안가에 놓인 아후 근처에서 새어 나오는 식수는 오늘날도 그렇지만 항상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자원이었다"며 "식수 자원이 석상 위치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