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로 사흘째로 접어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인 이날도 날 선 책임 공방을 벌이며 여론전을 이어간 가운데 접점 마련을 위한 물밑 조율은 아직 가시적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소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하원 교체기라는 시기적 특성과 맞물려 셧다운이 연말을 넘겨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아 장기화할 경우 연방정부 운영 파행 및 주가 추가 하락 등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인사들은 정부를 다시 가동하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 없이 셧다운 사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며 "여야 간 또는 백악관과 야당 사이에 협상 재개의 조짐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앞서 올해 두 차례 일어난 셧다운 당시에는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협상 체제가 가동되며 비상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의회나 백악관이나 정부 문을 다시 열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 등 긴박한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라며 대부분 의원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워싱턴DC를 떠났고 의회 내 지도부 인사들의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민주당 `투톱`인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뉴욕증시가 급락 장세를 연출하며 조기 폐장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라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며 "주식 시장은 급락하고 있고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을 자른 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사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맹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람들의 삶에 확실성을 가져다주는 대신 우파 라디오 및 TV 진행자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트럼프 셧다운`을 계속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보안 때문에 셧다운 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던 것을 거론, "셧다운을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거기에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올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화당 내 보수파 그룹인 `프리덤 코커스`를 지목,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프리덤 코커스의 `지침`을 받는 한,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트럼프 셧다운`을 끝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슈머 원내대표와 펠로시 원내대표는 특히 백악관 내 혼선이 예산안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같은 백악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고 어디서부터는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해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시점에서 그들이 정확히 어떤 입장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과거에는 국경장벽을 강력하게 지지하다가 자신이 이를 주요 공약으로 삼자 반대로 돌아섰다면서 민주당의 국경장벽 예산 반대가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공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나는 민주당이 돌아와 절박하게 필요한 국경 보안에 대해 합의를 하기를 기다리며 백악관에 홀로(불쌍한 나) 있다"며 "어느 시점이 되면 합의를 원하지 않는 민주당 인사들은 우리나라가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국경장벽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도록 하는 일을 초래할 것이다. 미쳤다!"고 민주당을 거듭 압박했다.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연시를 보낼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로 인해 마러라고행을 취소하고 백악관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경 보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커스텐 닐슨 장관 등 국토안보부 관계자들과 회동하는 등 `장벽예산` 처리 압박을 위한 여론전을 이어갔다.
앞서 하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장벽예산 57억 달러(약 6조4천억원)가 반영된 예산안이 처리됐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상원 처리는 무산됐다. 이에 따라 미 연방정부는 22일 0시를 기해 셧다운 사태를 맞은 상태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과 관련, 지난 22일 기존 요구인 57억 달러(약 6조4천억 원)에서 대폭 물러나 국경 보안 예산을 25억 달러로 책정한 절충안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러나 당시 슈머 원내대표 측은 여전히 간극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정확히 `장벽`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협상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장했던 `콘크리트 장벽`이 아닌 `강철 울타리` 정도도 수용 가능하다고 물러섰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장벽건설`에는 한 푼도 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강철 울타리` 는 민주당이 생각하는 기준으로는 `장벽`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고리로 접점을 찾아갈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상원은 크리스마스 연휴 직후인 오는 27일 본회의를 잡아뒀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로서는 조기 타결 전망이 불투명해 새로운 하원이 개원하는 내년 1월3일 이후로까지 셧다운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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