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 고조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출혈을 우려하는 경고가 다시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9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세계 경제 1, 2위의 대립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은 훼손되거나 위협을 받으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하는 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감을 잃고 통행규칙이 무엇인지를 두고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추가로 고율 관세를 치고받는 관세전쟁을 중단하고 90일간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지난 1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미국의 요구를 담은 협상의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반면 중국은 이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등 긴장이 목격돼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창업자 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수배령에 체포되는 사태로 갈등이 한층 커지고 전선이 안보, 기술패권 경쟁으로 본격 확대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IMF는 지난 10월 무역갈등 고조와 신흥시장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당시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3.9%에서 3.7%로 0.2% 포인트나 깎아내렸다.
라가르드 총재는 "3.7% 성장은 실제로는 나쁘지 않다"며 "가까운 미래에 경기후퇴가 올 것이라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긴장이 더 고조되고 통상이 위협을 받으며 사람들이 어디에 투자할지, 공급사슬을 완전히 바꿔야 할지 고민한다면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통상갈등이 격화하면 세계의 소비자들도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라가르드 총재는 소비자들 가운데 특히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생산되는 저가물품으로 생계비 절감의 혜택을 보고 있는 저소득 소비자들을 피해자로 지목했다.
그는 "우리가 그런 혜택을 잃으면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이 있다"며 "지금은 그게 보이지 않지만 위협이라는 점은 진실"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실무진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현상 시한인 내년 3월 1일까지 중국에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가 없고 중국 시장이 미국 기업들에 추가로 접근권을 내주지 않으면 추가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이날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올해 말까지 10%로 유지하다가 내년부터 25%로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휴전 합의에 따라 인상 계획을 보류한 바 있다.
한편 라가르드 총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친기업, 친기득권 경제정책 기조에 반발해 프랑스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해서도 "의심할 여지 없이 경제적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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