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을 제치고 16년 만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타이틀을 되찾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전날보다 0.6% 상승한 주당 110.89달러로 마감, 시가총액이 8천512억달러(955조500억원)로 집계됐다.
반면 애플은 주가가 0.5% 하락한 178.58달러로 장을 마치며 시총이 8천474억달러에 그쳐 마이크로소프트에 시총 1위 자리를 넘겨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총은 이번 주 들어 꾸준히 장중 애플의 시총을 상회하며 애플의 1위 지위를 위협해왔다. 다만 장 마감 때는 애플에 번번이 밀렸는데 마침내 이날 애플을 넘어선 것이다.
애플은 2012년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마저 제치며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에 올랐다. 애플로서는 6년 만에 시총 1위에서 밀려난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연말까지 시총 1위 지위를 유지하며 올해를 마감할 경우 2002년 이후 16년 만에 1위를 탈환하게 된다.
외신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기업고객을 겨냥한 클라우드 사업 등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온 점 등이 시총 1위 등극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AP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주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선택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1990년대 PC 시장의 강자가 페이스북과 구글, 아마존 등 기술 분야의 총아들을 밀어내며 부흥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0년대 PC 운영체제(OS) 시장의 독보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사무용 소프트웨어, 웹브라우저 등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출현과 함께 PC 시장이 무너지면서 침체를 맞았다.
하지만 2014년 나델라 CEO 취임 이후 인터넷과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장기 기업고객 중심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나델라 취임 후 지난 4년 반 사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세 배로 뛰었다. 올해 5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을 시총에서 넘어선 데 이어 10월 1일에는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115.61달러를 찍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엔진 빙이나 비디오게임기 엑스박스 같은 소비자 중심 사업도 여전히 영위하고 있지만, 오피스를 비롯한 각종 사무용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트인 등도 제공하고 있다.
AP는 특히 "아주어(Azure)라고 부르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포함한 클라우드 부문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아주어가 여전히 사업 초기 단계로, 성장의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애플은 올해 8월 사상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 고지를 밟으며 역사적인 기록을 썼지만 이달 초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으며 전달보다 주가가 16%나 하락했다.
특히 앞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의 판매 실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의 이런 비공개 방침이 스마트폰 시장을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AP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기술 시장의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통해 이들을 능가하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는) 광고에 굶주린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많은 규제에 직면해 있지도 않고, 넷플릭스처럼 감소하는 구독자 확보에 목매지도 않으며, 역시 강력한 클라우드 사업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 쇼핑에 더 많이 의존하는 아마존과 다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