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인 자말 캬슈끄지 살해 사건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옹호한 데다 글로벌 증시도 급락하면서 6.6% 폭락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77달러(6.6%) 폭락한 53.4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 2017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기록한 고점 대비해서는 31%가량 폭락했다.
원유시장 관계자들은 캬슈끄지 살해 사건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뉴욕증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사우디의 왕세자가 끔찍한 사건 잘 알 수도 있지만, 모를 수도 있다"면서 "우리는 캬슈끄지의 죽음을 둘러싼 모든 사실을 결코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와는 변함없는 파트너"라고도 했다.
이번 성명은 미국 언론들이 중앙정보국(CIA)이 모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캬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했다는 보고를 할 것이란 보도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 왕실에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암시하는 셈이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의 폭락 등 전방위적인 위험회피 심리로 약세를 보이던 유가는 트럼프 대통령 성명 이후 낙폭을 더욱 확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시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었다.
캬슈끄지 사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우디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감산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RBC캐피탈 마켓의 헬레나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 전략 대표는 "시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충실한 동맹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정말로 많은 양을 감산할 수 있을지 의심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6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는 등 급격한 약세를 보이는 점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른바 `팡(FAANG)` 등 핵심 기술주 주가 줄줄이 전 고점 대비 20% 이상 내리는 약세장에 진입하는 등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위험자산인 원유 투자 심리도 동반해 후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류 리포 대표는 "다음 공포는 주가의 급락이 경기 둔화를 반영한 것이란 점"이라면서 "경기 둔화는 원유 수요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감산 여부에 따라 유가의 방향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OPEC 주요국이 감산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러시아는 아직 유보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GRZ 에너지의 안토니 그리산티 대표는 "사우디가 감산하지 않는다면 유가는 명확히 오늘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더라도 유가는 지금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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