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장기간 일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최근 19년 사이에 최다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올해 1∼9월 평균 15만2천 명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명(6.9%) 늘었다.
1∼9월 기준 장기실업자 수는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9년 6월 이후 올해가 가장 많았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2000년 1∼9월 장기실업자도 14만2천명으로 올해 1∼9월보다 적었다.
올해 1∼9월 실업자 수는 111만7천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만1천명 늘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제공되는 최근 19년 사이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 구직단념자 52만명·실업급여 5조 돌파 `역대급`
오랜 구직 활동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올해 1∼9월 구직단념자는 월평균 51만6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만1천명(6.5%) 늘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구직단념자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1∼9월 구직단념자 수는 올해가 가장 많았다. 실업자를 위한 공적 지출 역시 기록적으로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분석하면 올 1∼9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약 5조37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에 지급한 실업급여(약 4조929억원)보다 약 9천448억원(23.1%) 많았다.
올해 1∼9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월평균 10만 명으로, 정부의 목표치인 월평균 18만 명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남은 3개월간 월평균 42만 명이 늘어야 한다.
이런 취업자수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취업자 수가 줄어들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수출도 불안..."위기가 닥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의 1∼20일 수출 증가율은 9월 35.7%에서 10월 9.4%로 급격히 둔화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4분기에 D램과 낸드(NAND)의 단가하락이 예상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분쟁의 간접적 영향은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점차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거시지표들이 일제히 악화하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하고 있다.
10월 들어 코스피는 13% 넘게 떨어져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23%) 이후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1,141.9원까지 뛰어올라 연고점(1,144.4원) 문턱까지 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위기가 닥칠 것 같아 우려된다"면서 "기업들이 갑자기 투자를 줄이고 실적이 악화하며, 수출이 안 되고 주가가 빠지는 게 외환위기 전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투자가 급감한 게 굉장히 안 좋은 신호"라면서 "고용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고, 이는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 성장률 전망 일제히 하향…"반등 모멘텀이 없다"
거시지표가 위기신호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3.1%를 끝으로 3% 성장시대가 끝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해외 투자은행(IB)이나 기관은 전망치를 더욱 떨어뜨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노무라, 소시에테제네랄 등이 올해 성장률 2.7% 전망에 합류한 가운데, ING그룹과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까지 내렸다.
내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내년 전망치는 한은·KDI 2.7%, IMF는 2.6%인데, 해외 IB들 중에는 도이체방크·ING그룹(2.3%), 소시에테제네랄(2.4%), 노무라(2.5%) 등 더 낮게 전망한 곳도 있었다.
이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세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8∼2.9%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2019년 및 중기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7% 수준으로 2017년까지 지난 5년간 3% 수준에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2% 초반으로, 2030년대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급속한 고령화와 서비스부문에서 뒤떨어지는 생산성, 노동과 생산시장 왜곡과 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경제 성장세는 올해보다 더 둔화할 것으로 본다"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속할 것이고, 경쟁력이 높아질 요인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급격한 위기는 아니지만,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면서 "금융위기는 급격한 위기로, 급격하게 꺾이다 보니 오히려 반등할 수 있는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급격한 위기 때보다도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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