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된 택배 물건이 타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6일간 보관하며 물건을 찾으러 온 주인을 떠밀어 골절상을 입힌 여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이영욱 부장판사는 점유이탈물 횡령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49·여)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에서 택배 기사로부터 꿀통 6개(시가 15만원)가 든 상자를 받았다.
택배 수취인 명의는 앞서 A 씨 집에 살다가 같은 동 다른 층으로 이사한 B(85·여) 씨 아들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이 택배 상자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배송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택배 기사나 경비실 등에 전화하지 않고 6일간 가지고 있었다.
A 씨는 이틀 뒤 집으로 찾아와 택배 물건이 있는지 물어보는 B 씨에게 "저녁 먹는데 이 시간에 누구냐"며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나흘 뒤 A 씨는 다시 방문한 B 씨가 택배를 돌려달라고 하자 "그만 가라"며 현관문을 붙잡은 B 씨 손을 뿌리쳐 넘어지게 해 왼쪽 다리 대퇴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법정에서 "B 씨가 찾아와 승강이를 벌일 때까지 택배가 잘못 배송된 것을 몰랐고 뒤늦게 이를 알고 경비실에 맡겼다"며 "B 씨가 거칠게 항의하다가 제풀에 주저앉아 넘어진 것이지 밀쳐 넘어뜨리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판사는 "A 씨는 배송된 상자가 자신이나 가족에게 발송되지 않았다는 점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서도 6일간 수취인이 누구인지 확인하거나 반환하는 조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두 차례나 찾아와 상자를 돌려달라고 하는데도 무시하거나 불응해 택배 물건을 영득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또 "B 씨가 피해 사실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해 변상금이나 합의금을 요구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허위사실을 꾸며내 무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형 선고 이유에 대해 이 판사는 "A 씨가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물건을 횡령했고 택배 반환 이야기를 하러 온 B 씨를 밀쳐 넘어뜨려 죄질이 나쁘고 상해 정도도 중하다"며 "그런데도 A 씨는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피해변상도 안 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