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에서 프로포폴 투약 후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집단으로 패혈증 증세를 보이면서 일선 병·의원 내 감염 관리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일 보건 당국 등에 따르면 강남구에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 프로포폴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이 1천300∼1천400개에 달하지만, 현장점검을 전담하는 보건당국 인력은 단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감독을 담당하는 보건소의 인력부족 등으로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을 비롯한 의약품과 주사기 같은 의료용품의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명의 환자가 패혈증 증세를 보인 피부과가 있는 강남구 의료기관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강남구 보건소는 연간 3∼4회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약류인 프로포폴 관리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의약품 관리대장과 진료기록부 등을 점검하는 현장점검은 1천300∼1천400개 병원 가운데 25∼30%만 이뤄진다.
현장점검을 나가더라도 의약품 관리대장과 진료기록부 등 관련 서류를 토대로 기록을 검토하는 것이 주된 방법으로, 실제 의약품이나 의료용품의 관리 잘못을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프로포폴의 경우 관리대장과 진료기록부를 교차 비교하면 사용기간이 경과한 약품을 사용하거나 재고량의 차이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에서 허위 기재 등을 하는 경우 제재가 어렵다.
실제 보건소가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위반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병원에서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집단 패혈증 증세가 나타난 해당 피부과는 최근 3년 이내에 강남구 보건소가 실시한 현장점검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당시 보건소 직원들은 직접 병원을 찾아 프로포폴 등의 의약품 관리대장과 진료기록부를 비교해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이 있는지, 재고량과 실제 사용량이 다른지 등을 확인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피부과는 의료기관이 스스로 의료법을 준수했는지 등에 관한 점검표를 작성하는 자율점검에도 참여해 무사 통과했다. 역시 의료기관 관리·감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자율점검을 비롯해 현장점검 역시 서류위주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프로포폴은 상온에서 보관할 경우 오염이 되기 쉬워 주사할 때 개봉해야 하지만, 환자가 몰릴 경우 미리 주사제를 준비해 상온에 보관하는 문제 등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현장점검 등을 하고 있지만 병원에 상주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집단 패혈증 발병의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안다"면서 "의약품 보관방법과 같은 감염관리 수칙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의료기관 내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