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가장 중요한 심장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2022년께 400명가량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흉부외과를 포함한 외과 전반의 전공의 기피현상에 따른 것으로, 향후 10년 내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신재승 대한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이사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은 흉부외과의 현실을 공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와 대한신경외과학괴, 대한외과학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한비뇨기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5개 외과계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했다.
신 이사는 "흉부외과는 전문의 배출이 연간 20여 명에 그치는 대표적인 기피과목"이라며 "2011년 이후 전공의 지원율이 필요한 인원의 절반 정도인 4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매년 전공의 지원율이 지속해서 미달하면서 한해 배출되는 전문의가 부족해지고, 전문의 부족에 따른 근무환경 악화와 현재 활동 중인 전문의의 고령화가 겹치며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이사는 대한의학회의 연구를 인용해 "올해 기준 약 210명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되며, 2022년께는 2배 규모인 405명의 전문의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은퇴를 앞둔 의사의 수가 매년 배출되는 흉부외과 전문의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25∼2030년에는 현재 활동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275명이 정년을 맞이할 것으로 학회는 예상했다.
신 이사는 "응급, 외상, 중증환자가 많은 탓에 전공의 과정이 힘든 데다 고위험 심장 수술 등 의료사고의 위험, 불안한 진로 문제 등으로 기피현상이 심각하다"며 "흉부외과 외상전담인력을 배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대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호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 역시 "외과 전공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외과 전문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향후 10년 안에 암과 각종 질환의 수술을 위해 외국 외과의사를 수입하거나 수술을 위해 외국에 나가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 겸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대한외과학회 특임이사)도 나서서 현행 외상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전국에 17개 병원이 권역외상센터로 선정돼 운영 중이지만 당초 계획대로 운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모든 센터에 대한 일률적인 지원을 중지하고 엄격한 평가를 통해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표준에 합당한 진료 활동을 하는 외상센터는 추가로 지원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지원에도 불구하고 진료실적이 미비한 외상센터는 과감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초 지역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않고 설립한 오류를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며 "소수의 거점 대형 외상센터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 교수는 발표 내내 국회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국회 토론회인데) 최소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라도 자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의원들은 다 어디에 갔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