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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한미약품의 '분루'…쓸쓸히 퇴장하는 '올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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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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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투.바이오는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한미약품이 3세대 표적항암신약인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숱한 난관을 헤치고 탄생했던 국산 신약 27호 `올리타`가 쓸쓸히 퇴장하게 됐습니다.
    이번 한미약품의 개발 중단은 제약·바이오 업계에 던지는 메세지가 강렬합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의약품에서 일순간에 `세컨드 무버(second mover)` 의약품으로 전락하게 됐던 안타까운 사례를 집중 점검했습니다.



    ▲ 3세대 표적 항암제 개발에 나선 한미약품

    먼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많이 발현되는 특정 유전자 변이 등을 타킷으로 삼아 암세포만을 골라서 죽이는 치료제입니다.
    기존 세포 독성 항암제의 경우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를 가리지 않고 빨리 자라는 세포를 대상으로 공략하면서 부작용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특정 물질만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을 합니다.
    즉, 세포 독성 항암제가 융단폭격을 하는 것이라면 표적 항암제는 저격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폐암의 경우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암으로 분류되는데, 대부분 표적 항암제는 비소세포폐암에 쓰입니다.
    폐암환자의 유전자를 검사(조직 검사)한 후 항암화학요법(항암제 투약)을 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약물이 바로 표적항암제입니다.
    특히 한미약품의 표적 항암제인 `올리타`가 인정받는 것은 바로 비소세포폐암 가운데 EGFR 돌연변이 양성 반응자에게 처방할 경우 분류되는 3세대 치료제이기 때문입니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는 폐암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유전적 변이 중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환자 가운데 폐암 선암으로 진단될 경우 25%~50% 정도에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발견될 정도로 빈도가 높습니다.



    ▲ 표적 1세대, 2세대를 뛰어 넘은 `올리타`

    이 돌연변이를 치료하는 약물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성분 게피티닙)과 화이자의 `타세바`(성분 엘로티닙)입니다.
    이들은 흔히 폐암 표적항암제 1세대라고 합니다.
    이미 아스트라제네카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같은 계열 치료제인 EGFR 돌연변이 양성을 타킷으로 한 폐암 표적 항암제를 가지고 있는데, 왜 추가적으로 개발에 나섰을까요?
    이레사와 타세바의 경우 부작용도 적고 경구용 치료제(입으로 먹는 약)이기에 환자 순응도(복용에 대한 거부감)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복용할 경우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서 폐암이 악화돼 진행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후 부작용과 약물 효과를 높여서 탄생한 폐암 치료제가 바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성분 아파티닙)입니다.

    ▲ 아스트라제네카(AZ)와 당당히 경쟁했던 한미약품

    악재에 대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개발(R&D)가 시작되면서 3세대 EGFR 억제제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 의약품을 뛰어 넘기 위해 개발이 시작된 차세대 치료제가 바로 한미약품의 `올리타`(성분 올무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 오시머티닙)입니다.
    올리타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2015년 7월 연구개발을 위해 한미약품으로부터 8천500억원의 기술료를 주고 후보물질을 사들입니다.
    이때만 해도 베링거인겔하임은 이 약물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글로벌 임상시험 속도가 빠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스웨덴의 아스트라와 영국의 제네카가 합병해 탄생한 기업입니다.
    그런데 글로벌 임상속도가 조금씩 늦어지면서 한미약품은 결정타를 맞게 됩니다.

    ▲ 패스트 트랙을 선택한 `타그리소`...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해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미국 식품의약품(FDA)로부터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통해 빠르게 허가를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패스트 트랙`은 획기적인 치료제나 희귀의약품의 경우 신속하게 심사해 허가하는 제도인데, `타그리소`는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2015년 11월 발매 허가를 획즉하게 된 것입니다.
    상황이 급변하자, 2016년 9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를 통보합니다.
    이른바 `한미약품 사태`가 터진 계기가 된 것입니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기술이전 계약을 해지한 것은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결국 후발주자로 뛰어 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컸던 것입니다.
    충격에 휩싸였던 한미약품 경영진들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중국 자이랩에 기대를 걸면서 중국 임상시험에 착수합니다.
    2015년 한미약품은 중국 자이랩과 `올리타`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의약품시장은 최근 전세계 3위 시장인 일본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로 급속히 커지고 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걸까요?

    ▲ 中 자이랩의 `올리타` 개발 기술이전 반환

    이 달 초 중국 자이랩이 올리타에 대한 권리 반환을 결정합니다.
    올리타는 두 번이나 기술수출이 중도 포기되는 악재를 만난 것입니다.
    결국 한미약품은 13일 눈물을 머금고 국내 신약 27호인 `올리타`에 대한 임상시험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무티닙 권리를 반환받으면서 글로벌 개발 속도가 늦어지게 됐고, 최근 중국 지역 파트너사였던 자이랩의 권리 반환으로 이 약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의 임상 3상 진행이 불투명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올리타와 경쟁 관계에 있는 제품이 전세계 40여개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경쟁약(타그리소)이 지난해 말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면서 올리타의 임상3상 진행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불굴의 의지로 올리타를 개발하려 했으나, 향후 개발에 투입될 연구개발(R&D) 비용 대비 신약 가치의 현저한 하락이 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며 "회사로서도 대단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 기술이전 장담하는 중소 바이오업체 `반면교사`

    이번 한미약품의 일련의 일을 지켜보면, 결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흔히 중소 바이오기업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신약후보물질이 우수하다며 `라이선스 아웃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신약을 개발할 자금 등이 당연히 부족하기에 라이선스 아웃을 외치는 것일 수 도 있습니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조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은 기술개발 자금을 융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임상시험 속도가 더디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기술 라이선스 아웃만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을 이전받은 다국적 제약사나 바이오 기업들이 사들인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면서 경쟁 의약품을 앞설 수 있느냐에 따라 개발의 의지까지도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리타`를 보면서 착찹한 감정을 느끼는 연구개발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유전 발견보다 더 어렵다는 신약개발.
    2016년 5월 국내 신약 27호에 기대를 잔뜩 걸었던 올리타가 제대로 한 번 꿈을 펴보지 못하고 만 2년여만에 쓸쓸히 퇴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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